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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Oct 16. 2023

극기복례를 실천하는 어진 경쟁

3편 팔일(八佾) 제7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다투는 것이 없다. 굳이 있다면 그것은 활쏘기일 것이다. 서로 마주 보고 절한 뒤 당에 오르며 당에서 내려와서 벌주를 마신다. 그 다툼이 군자답도다.” 

    

  子曰: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君子.”

  자왈    군자무소쟁   필야사호   읍양이승   하이음  기쟁야군자

          

  

  쟁(爭)은 싸운다는 뜻과 경쟁한다는 두 갈래 뜻을 갖습니다. 어떤 경우든 승패를 가르는 것입니다. 군자는 미래에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도와 덕을 쌓는 사람이니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그들의 기초 소양인 육예(六藝)에 활쏘기와 말타기 또는 마차몰기가 포함돼 있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군자는 다투는 것이 없다고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군자는 싸움 내지 다툼을 벌이는 일을 되도록 피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으로 새기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것이 불가피할 경우엔 활솜씨를 겨룰 때처럼 경쟁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기 위한 표현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공자가 말하는 활쏘기 방식은 뭐가 다를까요? 첫째 무엇보다 상대의 목숨을 뺴앗거나 직접적 가격을 가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서로의 솜씨를 겨루는 것입니다. 오늘날 스포츠게임에서 격투기와 양궁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신사적 대결 또는 어진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먼저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상대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먼저 화살이 날아갈 거리, 바람, 자신의 심리를 정확히 재고 다스려 지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극기(克己)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대에 올라가기 전은 물론 승패가 갈리고 나서도 인사를 나누고 패자가 벌주를 마시는 방식으로 예를 갖춘 대결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상대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끝까지 예의를 지키는 복례(復禮)의 대결입니다.

      

  많은 주석서들은 ‘예기’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謝禮)의 예를 들어가며 그 고증에 치중해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사대에 올라가기 전이냐 후냐, 벌주를 마시는 것이 사대 위에서냐 아래에서냐를 따집니다. 이는 달은 안 보고 그 손가락만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공자가 가리키는 달은 무엇일까요? 군자에 걸맞은 대결이 활쏘기와 같아야 한다고 한 이유가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어짊의 실천이다”(克己復禮爲仁)라고 한 공자의 발언과 공명한다는 깨달음입니다. 활쏘기야말로 극기복례의 실천을 통해 어짊을 실현하는 경쟁의 사례를 기막히게 형상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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