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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Oct 31. 2023

가사 뜻도 모르면서 노래하지 마라

3편 팔일(八佾) 제2장

  삼환 가문의 사람들이 ‘옹(雍)’ 노래를 부르며 제사상을 치웠다. 공자가 말했다. “‘돕는 이 모두 제후요, 천자는 근엄하면서 공손하여라’라는 노래를 어찌 대부인 삼환의 사당에서 취하는가?”  

   

  三家者以雍徹. 子曰: “‘相維辟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 

  삼가자이옹철    자왈    상유벽공   천자목목    해취어삼가지당     



  원문의 삼가(三家)는 노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삼환 가문을 말합니다. 삼환 가문의 사람들이 제사를 치루고 나서 제사상을 치우는 철상(撤床)을 하면서 ‘옹(雍)’이란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옹’은 ‘시경’ 주송(周頌) 편에 수록된 노래로 주무왕이 주문왕의 제사를 모시면서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는데 대대로 주나라 왕실에서 제사를 올릴 때 부른 노래입니다.

    

 ‘모여들 때는 화기애애하게(有來雍雍)/ 사당에 도착해선 엄숙하게(至止肅肅)/ 제사일 돕는 이 모두 제후요(相維辟公)/ 천자는 근엄하면서 공손하여라(天子穆穆)…. ’ 

    

  노나라는 주나라 창건과 재건의 일등공신인 주공이 봉분받은 나라입니다. 주무왕의 아들이자 주공의 조카였던 주성왕은 그런 주공의 공로를 높이 사 노나라 공실에 한해 천자에 준해 예악을 행할 수 있게 해 줬다고 합니다. 따라서 ‘옹’을 부르며 철상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노나라 제후에 한해야 함에도 그 밑에서 대부로 있는 삼환의 가문에서 모두 이를 관습적으로 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자는 그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하여 ‘옹’의 가사 중에서 제사일 돕는 사람은 모두 제후요, 천자는 엄숙한 자세로 제주의 역할만 수행한다는 내용을 콕 찍어 지적한 것입니다. 주석서 중에는 노나라 제후에게 천자의 예악을 허용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하고, 삼환이 노나라 공실 가문 출신이다 보니 관행이 된 것에 대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공자를 고리타분한 벽창호 취급하기도 합니다.   

   

  이는 공자의 정치사상이 정명(正名) 사상에 입각해 일이관지 한다는 것을 망각한 것입니다. 정명사상이란 정치는 비뚤어진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되어야 하니 곧 이름과 실체를 일치시키는 정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실체가 이름에 부합하지 못하면 그 실체를 바꿔야 하고 실체를 바꿀 수 없다면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이 바른 정치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나라 공실에 천자의 예악이 허용됐다 하더라도 공실에서 철상을 하며 ‘옹’을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공자가 반대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천자가 직접 거명되는 노래를 제후가 제사를 치르며 부르는 것은 공자의 정명의식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제후도 아닌 대부의 가문에서 그 노래를 부르며 철상을 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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