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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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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11. 2023

일방적 인터뷰 기사의 폐해

2023년 11월 8일(춥고 맑음)

윤석열 정부가 강서을 보궐선거에 대패하며 코너에 몰리자 정권의 영원한 어용세력인 경찰이 연예인 마약사건을 터뜨려 물타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어용세력이 있었으니 반공우익의 본류를 자처하는 C일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연예인 마약사건이 터질 즈음 C일보 계열 여성지는 뜽금없이 은퇴한 여성 메달리스트의 일방적 인터뷰를 통해 그가 재벌2세와 재혼한다는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기사를 올린다. 그 뉴스를 접한 우민은 가십거리도 안되는 뉴스를 왜 이리 크게 보도하는가하고 의아해 했다.


그 며칠 뒤부터 그 커플의 수상쩍은 면모를 폭로하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과거 행위예술가를 자처한 여성분과 그를 농락한 사기꾼 남성 커플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문제가 된 두 여성이 대단한 인기스타도 아닌데다 상대 남성들 역시 대중에겐 듣보잡 인사였기에 태산명동서일필에 불과한 뉴스였기 때문이다. 차별성이라면 상대남이 알고보니 트랜스젠더였다는 선정적 내용이 더해진 것일뿐. 


문제는 그런 가십성 뉴스를 확대 재상산하는 스피커가 다름 아닌 C일보라는 데 있었다. 아니 처음 인터뷰 기사를 내볼 때 사실관계를 철저히 검증했다면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았어도 될 사안 아닌가? 사실상 '가짜 뉴스'를 처음 퍼뜨린 장본인이 그 뉴스의 주인공들을 단죄하겠다고 설쳐대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고 우민은 생각했다.


과거 C일보는 중동에서 7성급 호텔 총주방장으로 활약하다 귀국한 미남 셰프 단독 인터뷰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내보맨 적이 있었다. 그후 그는 인기 셰프로 잘 나가며 대형 부페 체인으로 떼돈을 벌었다. 그러다 몇 년 뒤 그 경력이 허위임이 들통날 위험에 처했다. 그러자 C일보는 오보의 책임을 면하려고 재빠르게 그 잘못을 고해성사한다는 단독 인터뷰 기사를 다시 대문짝하게 내보냈다.


그를 보고 우민은 역겨움을 참기 힘들었다. 검증 과정 없이 여보란 듯 가짜 뉴스를 생산해놓고선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마치 그 잘못을 폭로하는 척하며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는 대형기사로 그 책임을 덮으려는 꼼수였다. 가짜 뉴스와 싸움을 벌이는 정론 매체인 양 하면서 사실상 가짜 뉴스로 이익을 편취하게 해놓고선 그런 사기행각을 을 희석시키는 후안무치한 짓을 저지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메달리스트 인터뷰 보도는 그와 정반대 전략이란 생각을 우민은 했다. 어찌 보면 혼인 방자 사기사건임을 눈치 채고도 모르는 척 일보를 보도한 뒤 거꾸로 해당 커플 사냥에 앞장서며 "늑대/마녀가 나타났다!"를 천지사방에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지 일면을 장식하면 충분할 선정적 뉴스를 그렇게 계속 퍼드리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우민은 여기서 더이상 음모론을 펼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일방적 인터뷰 기사의 위험성을 많은 국민이 깨닫고 걸러서 읽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랄 뿐이다. 


인터뷰는 이제 기사 양식이 아니라 기사를 완성하기 이한 취재 수단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 한국에서 돌아다니는 인터뷰 기사는 대부분 인터뷰이의 일방적 주장을 아무런 검증없이 내보내 이번 사태처럼 사람들을 농락하눈 수단으로 변질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 언론은 긴박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당국자의 일문일답이 아니면 우리가 아는 인터뷰 양식의 기사를 그냥 내보내는 경우가 적어지고 있다. 대신 인터뷰 내용을 일일이 검증해 반론까지 달아서 내보내는 경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인터뷰 양식의 기사는 그 기원에서부터 '가짜 뉴스'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초의 인터뷰 기사는 1836년 4월 16일자 '뉴욕 해럴드’ 지가 매춘녀 살인사건을 보도하면서 매춘업소 여주인을 인터뷰한 기사다. 또 유명인사와 최초의 인터뷰 기사로는  1859년 8월 29일자 '뉴욕 트리뷴'지에 실린 모르몬교의 지도자 브리검 영 인터뷰기사가 꼽힌다. 이들 기사에 대한 당시의 반응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생산한 가짜 뉴스라는 것이었다.


'이미지와 환상'에서 이 문제를 다룬 다니엘 부어스틴은 이들 기사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급을 기록해놨다. “독자의 지성을 모독하고, 독자들의 고상한 코로 나쁜 냄새를 맡게 하여 언론을 타락시키도록 고안된 가장 완벽한 책략이다.” C일보의 이번 보도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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