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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17. 2023

미래를 예측하는 법

2편 위정(爲政) 제23장

  자장이 물었다. “열 세대 이후의 일을 알 수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은나라는 하나라의 예를 이어받았는데 무엇을 덜고 더했는지 알 수 있다. 주나라는 은나라의 예를 이어받았는데 무엇을 덜고 더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주나라를 계승한다면 설사 백 세대 이후라도 알 수 있다.”  

   

  子張問: “十世可知也?” 

  자장문:   십세가지야?

  子曰: "殷因於夏禮, 所損益可知也. 周因於殷禮, 所損益可知也. 其或繼周者, 雖百世可知也."

  자왈    은인어하례  소손익가지야    주인어은례   소손익가지야   기혹계주자   수백세가지야  

   


  성리학자들은 자장이 너무 출세 지향적 속물이라고 비판하곤 합니다. 이 장의 질문에 대해서도 공자가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지에 대한 세속적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졌다며 경솔하다 비판하곤 합니다. 호기심은 죄가 없습니다. 자는 스승의 눈치를 보느라 호기심을 억누르는 제자보다는 자신의 호기심에 충실한 질문을 돌직구처럼 던지는 자장을 어여뻐했을 것입니다. 자장 또한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기에 공자의 가르침을 영혼 깊이 새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자장의 질문보다도 공자의 답이 더 신선합니다. 자장의 질문보다 공자의 답이 신선합니다. 미래에 대해 묻는데 과거로 돌려 답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에 과거의 전례에 비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답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에 해당하나니 곧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면 군자학의 바탕을 이루는 예(禮), 사(史), 문(文)을 익히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희는 원문의 10세(十世)를 열 왕조 뒤의 일로 풀이했습니다. 한 왕조는 보통 250년 정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2500년 뒤가 되고 맙니다. 지나친 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10세대로 풀이해 300년 뒤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공자의 발언 속에서 하은주 세 왕조의 예 중에서 주나라의 예를 가장 높이 평가한 점입니다. “주나라의 예를 계승한다면 백 세대까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는 답은 곧 하나라와 은나라를 계승하면 300년 뒤지만 주나라를 계승하면 3000년 뒤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두고 공자가 자신이 살던 주나라를 너무 이상화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중국 64개 통일왕조 중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왕조가 어딜까요? 790년간 지속된 주나라압니다. 은나라는 554년, 하나라는 472년입니다. 전한(210년)과 후한(195년)을 합친 한나라의 405년, 북송(167년)과 남송(152년)을 합친 송나라의 319년이 그 뒤를 잇습니다. 나머지 왕조는 모두 300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주나라는 왕조의 수명이 다른 왕조보다 두세 배 이상 길었습니다. 게다가 주나라가 확립한 종법제와 봉건제는 20세기 초까지 중국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심지어 주나라 멸망 후 1613년 뒤 한반도에 그 문물제도를 모방해 세워진 조선왕조가 다시 500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주나라 790년 역사에 그 이후 2000년의 역사를 더하면 거의 3000년에 육박합다. 이를 감안하면 3000년 뒤까지 예측 가능하다던 공자의 혜안을 오히려 더 높이 평가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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