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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20. 2023

쓸모 있는 사람의 조건

2편 위정(爲政) 제22장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믿음이 없다면 그를 어떻게 쓸지 알 수가 없다. 큰 수레에 여러 마리 마소의 멍에를 연결해주는 가로대 없고, 작은 수레에 멍에걸이가 없다면 어떻게 그 수레들을 가게 하겠는가?”  

    

  子曰: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輗, 小車無軏, 其何以行之哉?”

  자왈    인이무신   부지기가야   대거무예  소거무월   기하이행지재


          

  한마디로 인간에게 믿음이란 수레에 있어서 예월(輗軏)과 같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월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옥편을 찾아보면 예(輗)와 월(軏)은 모두 ‘멍에막이’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소나 말의 등 부위에 씌우는 멍에를 수레의 가로장(衡)과 연결하는 장치와 관련된 용어로 보입니다.  

   

  주석서마다 해석이 분분합니다. 대거는 보통 소가 끄는 짐수레고 소거는 보통 말이 끄는 전차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똑같은 수레인데 그걸 끄는 짐승의 종류에 따라 멍에막이가 다르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보다는 소든 말이든 한 마리가 끄는 수레를 소거, 여러 마리가 끄는 수레를 대거로 해석함이 적절해 보입니다. 이 경우 월은 소거와 대거에 공용으로 적용되는 멍에를 가로대와 연결해 주는 장치이고, 예는 대거에만 쓰이는 것이니 여러 마리 마소의 멍에가 따로 놀지 않게 나란히 연결해 주는 장치로 풀이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즉 에월은 마소와 수레를 연결해 주는 장치이니 곧 마소를 쓸모 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의 경우는 수레를 끄는 용도가 아니어도 직접 타면 된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말을 바로 타고 움직이는 기병(騎兵)은 전국시대 들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공자시대의 마소는 일반적으로 멍에를 씌워 밭을 갈게 하거나 수레에 연결해 이동수단으로 활용할 때 사용가치를 획득하게 됩니다. 

     

  따라서 믿음이 예월같다는 표현은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인간이 쓸모가 있어진다는 표현으로 봐야 합니다. 즉 누군가에게 말을 전하거나 일을 맡겼을 때 그걸 완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비소로 진정한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인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언어가 중요성을 획득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소를 쓸모 있게 만들기 위해 구속하는 장치가 멍에라면 인간을 쓸모 있게 만들기 위해 구속하는 장치가 언어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믿을 신(信)은 사람(人)과 말(言)을 합쳐서 이뤄진 한자니 곧 말로써 한 약속을 꼭 지킨다는 뜻을 함축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로써 이뤄진 약속을 지킬 때 비로소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은 곧 말이 눈에 보이지 않는 멍에와 같다는 뜻을 함축합니다. 공자가 언행일치를 그토록 강조한 이유도 이 연장선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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