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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26. 2023

백성이 윗전 말 안 듣는다 싶으면

2편 위정(爲政) 제20장

  계강자가 물었다. “백성을 공손하고, 충실하고, 부지런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기 말했다. “백성을 위엄 있게 대하면 공손해지고, 효도와 자애를 실천하면 충실해지며,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하고 무능한 사람을 가르치면 부지런해집니다.”   

  

  季康子問: “使民敬忠以勸, 如之何?" 

  계강자문    사민경충이권   여지하  

  子曰: "臨之以莊則敬, 孝慈則忠, 擧善而敎不能則勸."

  자왈    림지이장즉경   효자즉충   거선이교불능즉권


          

  공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물 중 의외로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계강자(계손비)입니다. 삼환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계손 씨 가문의 8대 종주이자 13년에 걸친 공자의 자발적 망명생활을 종식시켜 준 노나라의 실권자였습니다. 하지만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를 원로로만 대접할 뿐 끝내 정치 일선에 기용하진 않았습니다. '논어'에는 그런 그와 공자의 문답 장면이 다섯 개 장이나 등장합니다.

   

  그 질문에는 권위적 통치자의 시선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적의 무리가 많이는 것에 대한 대책을 묻거나 무도한 사람을 처형하는 것이 백성 계도에 도움이 죄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그에 해당합니다. 이 장의 질문에서도 무릇 백성은 윗사람 말 잘 듣고, 생업에 충실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오만함이 엿보입니다.   

  

  공자는 그 오만함을 막바로 지적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비판합니다. 언뜻 좋게 말한 것으로 들리지만 한마디로 “너부터 잘하세요”입니다. “백성이 공손하지 않은 것은 그대의 언행이 경박하기 때문이고, 백성이 충실하지 않은 것은 그대가 효도할 줄 모르고 자애롭지 않기 때문이며, 백성이 부지런하지 않은 것은 그대가 정실인사를 남발하기 때문”이라고 받아친 것입니다. 

    

  계강자는 7대 종주인 계환자의 서장자였는데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말과 행동이 진중해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계환자는 계강자를 임시 종주로 지명하면서 당시 자신의 부인 남유자의 뱃속에 있던 아기가 아들이면 그를 정식 종주로 삼으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태어난 아기는 아들이었지만 바로 살해되고 범인은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처형당하고 계강자는 득의만만하게 권좌를 장악한 뒤 지신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로 조정을 채웁니다. 

    

  이런 계강자 삶의 이력을 알아야 비로소 공자의 말이 얼마나 뼈아픈 것인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효자(孝慈)를 강조한 대목은 계강자가 배다른 동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아비의 유언을 무력화시킨 것을 정통으로 겨냥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계강자는 표정관리 하기조차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가 왜 공문의 제자들을 기용하면서도 공자만큼은 끝끝내 외면했는지를 우리는 여기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공자의 발언은 조선시대 아비의 뜻을 어기고 골육상잔을 획책한 임금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태종 이방원, 세조 이유, 선조 이연, 인조 이종 등등입니다.

   

  공자의 답변은 대부분 이렇게 맞춤형입니다. 질문하는 사람의 장단점을 파악해 그에게 딱 맞는 답을 주는 것입니다. 이 장의 답변도 언행이 가볍고 효자 하지 못하고 정실인사에 치우친 계강자 맞춤형 답변이란 걸 잊어선 안 됩니다. 후대의 유학자들은 이를 망각한 채로 공자의 답만을 보편적 정답으로 간주하는 우를 범하곤 했습니다.  

    

  만일 보편적 정답을 찾는다면 이것입니다. 제대로 된 통치자라면 백성이 왜 공손, 충실, 근면의 덕을 갖추지 않은지 자체에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그들의 모범이 돼야 할 자기 자신에게 허물이 있어서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쓰라고 ‘부덕의 소치’라는 표현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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