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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26. 2023

거직(擧直)과 거선(擧善)

2편 위정(爲政) 제19장

  노애공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잘 따르게 할 수 있겠소?”

  공자가 대답했다. “곧은 사람을 발탁해 굽은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잘 따를 것이고.  굽은 사람을 발탁해 곧은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애공문왈    하위즉민복   

  孔子對曰: “擧直錯諸枉則民服, 擧枉錯諸直則民不服.”

  공자대왈    거직조저왕즉민복    거왕조저직즉민불복          

  


  노애공의 질문은 앞서 살펴본 계강자의 질문과 비슷합니다. 백성을 말 잘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답은 계강자의 질문에 대한 것과 조금 다릅니다. 역시 질문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노애공은 군주입니다. 당시 군주는 직접 정치를 하기보다는 능력 있는 재상을 발탁해 정치를 맡겼습니다. 따라서 공자의 발언 속 굽은 사람은 당시 재상에 해당하는 계강자를 비롯한 삼환세력을 뜻합니다. 곧은 사람을 발탁해 그들이 전횡을 부리지 못하게 억누르면 백성이 노나라 지도층에 대해 승복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 조언한 것입니다. 목수들이 목재를 보관할 때 굽은 목재 위에 곧은 목재를 올려놔 굽은 부위가 펴지게 한 것을 원용한 표현입니다.  

   

  비슷한 내용이 어짊과 앎에 대해 묻는 번지에게 공자가 답하는 과정(12편 ‘안연’ 제22장)에서도 등장합니다. 어짊은 애인(愛人)이요, 앎은 지인(知人)이라는 말을 번지가 바로 이해하지 못하자 “곧은 사람을 발탁해 굽은 사람 위에 앉히면, 굽은 사람을 곧게 할 수 있다(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라고 공자가 부연 설명한 대목입니다.  

   

  여전히 이해를 못 하는 번지를 위해 자하가 해준 설명은 이 장의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해 줍니다. 순임금이 공평무사한 고요(皐陶)를 법무장관에 기용하고, 은탕왕이 미천한 출신이지만 능력이 출중했던 이윤(伊尹)을 재상으로 등용해 태평성대가 왔다는 설명입니다. 즉 올곧은 사람을 재상과 장관급 인사로 발탁하는 인사 혁신을 취하면 노나라의 정치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계강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에도 인사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유능한 사람을 발탁하고 무능한 사람을 가르치면 백성이 부지런해진다(擧善而敎不能則勸)”입니다.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을 편애해 발탁하는 정실인사를 하지 말고 능력주의 인사를 실시하면 백성이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지런해진다는 뜻입니다.   

   

  전반적 의미는 상통합니다만 군주가 재상을 기용할 때는 ‘거직(擧直)’을. 재상이 대부 이하의 인사를 기용함에 있어선 ‘거선(擧善)’을 강조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선(善)은 착하다는 뜻이 아니라 좋다, 유능하다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재상감을 고를 때 그 능력 못지않게 올곧은 성품을 봐야 하고 대부 이하의 인재를 고를 때 그 유능함을 봐야 한다는 뜻으로 새길만 합니다.  

    

  이를 군자학의 관점에서 보면 말단의 사(士)에서 재상에 이르기까지 ‘치평의 도(道)’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수제의 덕’이 중요해진다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고위직 인사에게 필요한 수제의 덕은 수많은 인재를 품을 수 있는 포용력입니다. 동시에 저마다 재주가 다르고 품성이 다른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안목이기도 합니다. 포용력이 어짊에 해당하는 애인(愛人)에 가깝다면 안목은 앎에 해당하는 지인(知人)에 가깝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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