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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28. 2023

현실주의자였던 자장은 왜?

2편 위정(爲政) 제18장

  자장이 녹봉을 받고 사는 법을 공부했다. 공자가 말했다. “많이 듣고 나서 의심스러운 것은 빼놓고 그 나머지만 신중하게 말하면 과실이 적을 것이다. 많이 보고 나서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빼놓고 그 나머지만 신중하게 실천하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 말에 과실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녹봉은  바로 그 가운데 있다.”

    

  子張學干祿.

  자장학간록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

  자왈    다문궐의   신언기여  즉과우   다견궐태   신행기여  즉과회   언과우  행과회   녹재기중의.     



  자장은 본디 투철한 현실주의자였습니다. 공문에 들어온 이유도 벼슬길에 나서 입신출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원래 공문은 하급 공무원에 필요한 기술인 육예(六藝)를 가르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자장의 목표가 세속적이라 말하는 것이 오히려 속물스러운 짓입니다. 후대의 사대부 역시 과거급제를 목표로 공부한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자장은 목표지향의 합리주의자였습니다. 당연히 육예의 기술적 연마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을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던 공자는 그의 재주가 아까웠을 것이고 그래서 공문의 심화과정인 군자학에 입문시키기 위해 저 말을 던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떡하면 출사(出仕)해 성공하느냐에 관심이 몰려있던 자장에게 어떻게 해야 중도 낙마하지 않는지를 일깨워준 것입니다.  

    

  ‘논어’에서 문(問)은 스승의 가르침이나 독서를 통해 배우는 것을 말합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견(見)은 직접 체험을 뜻합니다. 직접 몸으로 경험한 것을 말합니다. 그에 입각해 공자의 조언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간접적으로 배운 것 중에 미심쩍은 것을 유보해 두고 조심스럽게 입에 올리면 구설수에 오를 일이 적고, 직접 체험한 것 중에도 반신반의하는 것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를 실천에 옮기면 후회할 일이 적을 것이니 그 가운데에 출세길이 열릴 것이다.’  

   

  영특했던 자장은 이 말에 귀가 번쩍 뜨였을 것입니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처세에도 능해야 되는구나. 그러려면 스승님과 선배님들이 펼치는 고담준론의 한 자락에 끼여야겠구나.’ 그래서 공문의 심화과정인 군자학에 입문하게 됐을 것입니다.

    

  ‘논어’의 질문 내용을 보면 거기서도 자장의 관심은 수제의 덕보다 치평의 도에 더 치중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 국가운영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자장의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군자학의 최고 경지인 어짊은 치평의 도와 수제의 덕을 함께 갖출 때 비로소 발현될 수 있습니다. 공자가 자장의 질문에 답하면서 수제의 덕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학자들의 이해는 여기서 멈춥니다. 그리고 자장과 동년배이자 라이벌이었던 자유, 자자, 자여(증자)가 후발주자임에도 두각을 나타내며 공문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자장을 견제하기 위해 “어짊이 부족하다”한 평판을 토대로 자장을 비판합니다. 그들의 평판은 진실의 일면을 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자장의 성향이 수제의 덕보다 치평의 도에 치우친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논어’를 읽다 보면 그런 자장이 스승의 가르침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확인하게 됩니다. ‘말은 충실하고 믿음직스러워야 하고, 행동은 도탑고 정중해야 한다‘(言忠信, 行篤敬)는 공자의 가르침이 새겨진 여섯 자를 허리띠에 적어두고 새겼습니다(15편 ’위령공‘ 제6장). 그렇게 군자학의 비의를 깨치게 된 뒤에는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고(見危致命), 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는(見得思義) ‘의로운 선비’(俠儒)의 길을 걷게 됩니다(19편 ‘자장’ 제1장).    

  

  무엇보다 벼슬길에 오르려던 원래의 목표를 버리고 공자의 가르침을 후대에게 전하는 학자의 길을 택해 전국시대 팔대 유가 문파의 선두주자를 만든 사람이 자장입니다. 공문의 제자 중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환골탈태의 변신을 보인 3대 제자로 자로. 자공, 자장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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