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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Dec 03. 2023

백화제방의 사상가

2편 위정(爲政) 제16장

  공자가 말했다. “다른 것과 극단적인 것을 공격하는 것은 해로울 따름이다!”  

   

  子曰: “攻乎異端, 斯害也已.”

  자왈    공호이단   사해야이

          


  오늘날 정통에서 벗어난 교리를 뜻하는 이단(異端)이란 표현의 한자 어원이 되는 출전입니다. 주희 등 성리학자는 여기서 이단을 양주(楊朱)와 묵적(墨翟) 같은 부류를 지칭한다고 했습니다.  

    

  양주는 ‘세상을 위해 털 오르라기 하나 뽑지 않겠다’ 던 위아설(爲我說)을 주장했고 묵적은 ‘천하를 위해서라며 정수리부터 발뒤꿈치까지 갈아 없애겠다’며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한 전국시대 사상가입니다. 맹자가 위아설은 임금을 부정하고, 겸애설은 부모를 부정하는 극단적 주장이라며 사설(邪說) 또는 음사(淫辭)라고 맹비판한 것을 원용해 공자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것을 이단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성리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불가와 도가의 사상 역시 이단으로 낙인찍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자가 살던 당시 양주와 묵적은 없었기에 이는 어불성설이 되고 맙니다. 한자 원래의 뜻을 그대로 살려 여기서 이단은 나와 다른 극단적 생각이라고 풀어내는 것이 맞습니다.      


  원문의 공(功)에 대해선 공들이다와 공격하다 두 갈래 해석이 가능합니다. ‘맹자’ 등문공장구 하에서 맹자는 “사설에 마음이 동하게 되면 일을 해치고 정치를 해친다”라고 경계했습니다. 주희는 그 내용을 이에 적용해 功을 공들이다로 해석해 “이단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해로울 따름”이라고 풀어냈습니다.  

   

  공자는 제자백가의 선두주자였습니다. 성현의 말씀에 빗대 자신의 사상을 빚어낸 사람인 데다 딱히 맞수가 될 만한 사상가도 없었습니다. 자신이 정통이고 그에 반하는 다른 사상을 이단이라 몰아붙일 필요가 없었단 소리입니다. 당연히 맹자와 달리 생각이 다른 것에 대해 너그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토대로 원문의 공을 공격하다는 뜻으로 새기면 ‘다른 것과 극단적인 것을 공격하는 것은 해로울 따름“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주류에 들지 못하는 이질적이고 극단적 사상을 공격하는 것은 시간낭비밖에 되지 않으니 오히려 스스로의 사상을 살찌우고 윤택하게 만들라는 가르침이 됩니다. 이는 '백가쟁명(百家爭鳴) 백화제방(百花齊放)‘으로 표현되는 제자백가 시대 ’ 사상의 자유‘에 부합하는 표현인 동시에 21세기적 다원주의와도 공명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맹자나 주자보다 공자가 더욱 현대적 사상가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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