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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Dec 06. 2023

주이불비와 화이부동의 차이

2편 위정(爲政) 제14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되 비교하지 않지만, 소인은 비교할 뿐 두루 잘 지내지는 못한다.”  

   

  子曰: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자왈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부주          



  두루 주(周)와 견줄 비(比)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풀이가 가능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周와 比가 반대어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周而不比와 比而不周는 모두 동어반복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周와 比는 동사로 쓰일 때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가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동일한 의미를 공유하는 경우가 딱 하나 있습니다. 가까이 지내다, 친하게 지내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부터 풀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군자와 소인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듯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소인은 끊임없이 그들을 저울질하고 비교하는 반면 군자는 그러지 않습니다. 저울질한다는 것은 사람들과 친소를 결정할 때 손익을 따진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돈 많고 힘 있다 싶으면 가까이 지내고 그렇지 않으면 멀리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군자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할까요? 기본적으론 그렇지만 군자도 사람인지 속으로 좋아하는 부류가 있고 싫어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부류는 올곧은 사람(15편 ‘위령공’ 제25장)과 성인(成人), 선인(善人), 인인(仁人), 성인(聖人)처럼 나보다 뛰어난 사람(9편 ‘자한’ 제25장)입니다. 싫어하는 부류는 남의 나쁜 점을 들춰내는 사람, 윗사람을 헐뜯는 사람, 무례한 사람, 꽉 막힌 사람(17편 ‘양화’ 제24장) 그리고 군자 행세하는 속물(향원·17편 ‘양화’ 제13장)입니다. 

    

  올곧은 사람인지 아닌지, 나보다 나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 역시 저울질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울질한다는 것은 이 사람과 저 사람 중에 누가 더 올곧은지 아닌지, 뛰어난지 아닌지를 상대 평가하는 것을 뜻합니다. 군자가 그 사람됨을 판단할 때 기준은 그렇게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입니다. ‘그가 올곧은가?’ 또는 “그가 나보다 뛰어난가?‘라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을 때에 한해 적용되는 잣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사 그 군자의 잣대로 호오가 나뉘는 인물이 있다 해도 좋아한다 하여 특혜를 베풀고 싫어한다 하여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됩니다. 다만 인재를 추천하거나 인사고과를 매길 때 올곧은 사람,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앞세우고, 그러한 사람이 과오를 저질러 징계받게 됐을 때 자신의 책임지겠다며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 역시 개인적 이익을 챙기기 위함이 아니라 공익에 부합하다는 판단이기에 이뤄지는 선택임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흔히들 “군자는 어울릴 줄 알되 동화되진 않는다”(13편 ‘자로’ 제23장)와 “군자는 무리를 짓되 당파를 만들진 않는다”(15편 ‘위령공’ 제22장)와 이 장을 동일한 테마로 엮습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다릅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테마가 ‘사상의 차이를 존중하라’라면 주이불비(周而不比)의 테마는 ‘잇속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가 차이에 방점이 찍혔다면 후자는 동등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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