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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Dec 06. 2023

닥치고 “先行!” 외친 이유

2편 위정(爲政) 제13장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먼저 행동하라, 말은 그 뒤를 따르면 된다.”    

 

  子貢問君子. 子曰: “先行其言而後從之.”

  자공문군자   자왈   선행기언이후종지          

   


  말솜씨 좋기로 소문난 자공에 대한 맞춤형 답변입니다. 군자에 대해 물었는데 “군자는…”으로 시작하지 않고 바로 “선행(先行)”이란 표현부터 시작한 것이 이를 웅변합니다.   

  

  자공처럼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말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나서 말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를 보편적 가르침으로 착각해선 안 됩니다.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에 대한 조언인 것입니다. 

    

  공자는 말 잘하는 사람을 싫어한 것이 아니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싫어했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습니다. 이 장을 “그 말을 먼저 실천하면 사람들이 그 말을 따를 것”으로 해석하면 그에 부합합니다. 말을 꺼내면 반드시 실천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너무 뻔한 말이 되고 맙니다. 언어의 귀재였던 자공이 질문자라는 생동감과 개성이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先行을 끊어서 앞세우고, 其言而後從之를 뒤에 붙여서 풀어봤습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Behave! Then let the words follow the behavior”쯤이 되는 해석입니다. 이쯤 돼야 자공이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이 단목사 비록 어리석고 둔하지만 그 말씀을 받들겠나이다”를 외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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