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위정(爲政) 제10장
공자가 말했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를 보고, 왜 그것을 했는지를 살피고, 그 결과를 두고 편안해하는 바를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디에 숨겠느냐, 어디에 숨겠어!”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
자왈 시기소이 관기소유 찰기소안 인언수재 인언수재
원문의 소이(所以)는 소행(所行)과 같으니 행동하는 바를 말합니다. 소유(所由)는 말미암은 바이니 행동의 동기를 뜻합니다. 소안(所安)은 편안히 여기는 바이니 행동의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의미합니다. 소이는 현재의 행위, 소유는 행위의 동인, 소안은 행위의 결과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시(視), 관(觀), 찰(察)은 관찰이 심화해 가는 것을 표현합니다.
5편 ‘공야장’ 제10장에서 공자는 말만 잘하는 재아를 알게 된 이후 말이 아니라 그 행동을 보고 사람에 대해 판단하게 됐다는 취지의 말을 합니다. 이 장의 내용은 그 행동을 본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먼저 그 말이 아닌 행동을 살펴보고, 이어 그렇게 행동한 동기를 꿰뚫어 보고, 그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행위의 결과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을 ‘편안해하는 바를 관찰한다(察其所安)’로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왜 그런 표현을 쓴 걸까요? 이 역시 재아와 관련 있습니다.
17편 ‘양화’ 제21장을 보면 재아는 부모 3년상이 너무 길다면서 1년상으로 충분하다는 반론을 펼칩니다. 공자가 “그러는 게 편하냐(於女安乎)?”라 묻자 재아는 “편하다(安)”고 답합니다. 공자는 “네가 편하다면 그렇게 해라(女安則爲之)”고 했지만 재아가 물러간 뒤 그가 어질지 못함을 통탄합니다. 여기서 안(安)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보상심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됨을 판단하는 공자의 안목은 재아를 통해 새로 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아가 공자의 ‘살아있는 교자재’라는 표현의 적합성은 여기서도 재확인됩니다. 그 첫 단추는 그 말이 아니라 행동을 관찰하는 것에 집중됐지만 점차 그 행동의 동기와 보상심리까지 읽어내는 것으로 발전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는 인간심리 분석을 주관적 의식보다 객관적 행동에 둬야 한다는 행동주의(behaviorism)와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행동주의는 사람의 행동양식과 그런 행동을 하게끔 만든 동인이 무엇이고 어떤 보상심리가 작동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그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동물에게 자극과 보상을 줘 특정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스키너 상자'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프레드릭 B 스키너가 대표적 이론가입니다.
이런 행동주의는 맹자나 주자의 도덕주의와 상충됩니다. 도덕주의는 어떤 사람이 표방하는 가치와 주관적 의식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주자는 소이와 소안보다 소유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마음속에 품의 의도의 선악을 판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사람의 숨은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굳이 그의 행동을 관찰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공자가 말한 소유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를 저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객관적 동인’으로 봐야 합니다. 어린 시절의 결핍이나 과거의 트라우마, 누군가에 대한 열등감, 특별한 목적의식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소안은 그러한 소유에 대한 추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공자는 맹자나 주자에 비해 훨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