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위정(爲政) 제9장
공자가 말했다. “내가 안회와 종일토록 이야기했건만 조금도 거스르는 법이 없어 어리석어 보였다. 그가 물러간 뒤 그의 일상을 살펴보니 오히려 나를 분발하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안회는 어리석지 않다.”
子曰: “吾與回言終日, 不違, 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자왈 오여회언종일 불위 여우 퇴이성기사 역족이발 회야불우
스승의 말을 하루종일 듣고서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어리석은 사람인가 했다는 공자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승의 말이라도 의문을 갖고 반론을 펼쳐야 똑똑하다고 여겼다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공자야말로 후대의 유학자들이 말하는 군사부일체와 거리가 먼 개방적 스승이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반론을 제기하고 논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제자를 도반으로 존중했던 사람이 공자였던 것입니다.
안연은 이런 공자의 통념을 무너뜨립니다. 자신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보기 위해 그 일상을 몰래 관찰했던 공자는 경이로운 경험을 합니다. 자신에게서 배운 것에 대해 공문의 제자들과 토론하거나 그 가르침을 일상에 실천함에 있어서 공자가 족탈불급이라 느낄만한 경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는 훗날 송대의 문인 소동파가 스승 구양수가 벼슬길에서 은퇴하는 것을 축하하며 보낸 편지글에 등장하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어 보인다(大智如愚 또는 大智若愚)’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덕경’에 나오는 ‘가장 완전하게 이룬 것은 모자란 듯하고(大成若缺), 가장 충만한 것은 빈 듯하고(大盈若沖), 가장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大直若屈) 가장 솜씨가 좋은 것은 졸렬한 듯하다(大巧若拙)’와 상통합니다. ‘장자’에서 안연이 앉아서 세상을 잊는 좌망(坐忘)의 경지에 올라 공자가 오히려 우러러보게 됐다는 에피소드 또한 이 장의 내용을 발전시킨 것으로 봐야 합니다.
원문의 역족이발(亦足以發)에 대한 유가의 전통적 해석은 ‘공자가 가르쳐준 도를 발양(發揚)하기에 충분하다’입니다. 발양한다는 것은 떨쳐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저는 반대로 제자인 안연이 스승인 공자에게 자극을 주어 더 분발(奮發)하게 한다로 풀어봤습니다. 분발한다는 것은 마음과 힘을 다해 떨쳐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공자로부터 배운 바를 안연이 더욱 심화 발전시켜 공자가 오히려 배우게 된다는 해석이니 안연이야말로 공자가 말한 ‘후생가외(後生可畏․9편 ‘자한’ 제23장)의 진정한 원형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