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위정(爲政) 제11장
공자가 말했다.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자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새것’을 숭상하는 현대와 달리 고대에는 ‘옛 것’을 귀히 여겼습니다. 그러나 옛 것은 고목나무처럼 굳고 딱딱합니다. 거기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 ‘온고(溫故)’입니다. 그렇게 된 온고에서 생동감 넘치는 새로운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 ‘지신(知新)’입니다.
공자가 옛 것을 좋아하는 호고(好古)의 취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그를 복고주의자나 보수주의자로 여기곤 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공자는 ‘새것’을 길어내기 위해 ‘옛 것’의 우물을 판 것입니다. 군자학이란 새것을 벼려내기 위해 성현의 정치라는 옛 것을 파고든 것입니다. 지신을 위해 온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자가 군자학을 정립해 나간 방식이 바로 온고지신입니다. 좋은 정치, 어진 정치의 원형을 역사에서 길어내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요순우 시대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만 이뤄졌던 ‘선양의 정치’라는 예외적 상황을 일반화하려 했습니다. 물리적 폭력 동원이 불가피했던 창업군주들이 오히려 글과 말의 힘으로 다스리는 문덕의 정치를 동경했음을 발견하고 이를 일상화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혈통이 아니라 세상을 헤쳐 갈 지식(도)과 리더십(덕)을 갖춘 사람(군자)이 공동체를 이끌어야 한다는 공화주의적 사상을 설파했습니다. 이는 왕조시대 역모의 사상이나 다름없었기에 그것을 우회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 재상 정치입니다. 은탕왕을 보좌한 이윤, 은고종을 보좌한 부열, 주문왕을 보좌한 태공 강상, 주성왕을 보좌한 주공 희단을 성현의 반열에 올린 것입니다.
이렇게 온고지신은 현실을 비판하고 그것을 재구성해낼 동력을 역사 속에서 끌어내고자 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유학이 국가이데올로기화한 한나라 이후 유학자들은 이를 망각하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했습니다. 그래서 지신보다 온고를 강조하며 공자를 보수주의자로 몰고 간 것입니다. 공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들은 온고지신의 진정한 혁명적 의미를 모릅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스승이 될 자격이 없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