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학이(學而) 제14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배불리 먹기를 바라지 않고, 거처함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일은 민첩하고 말은 신중하며, 도를 쫓아 어그러진 것을 바로잡으니, 배우기를 좋아한다 할만해야 한다."
子曰: “君子, 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자왈 군자 식무구포 거무구안 민어사이신어언 취유도이정언 가위호학야이
공동체를 이끌 지도자로서 군자의 생활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일상에서 안일과 사치를 배격합니다. 이를 욕망의 근절로 해석해선 안 됩니다. 4편 ‘이인(里仁)’ 제5장에서 공자의 발언처럼 ‘부유함과 고귀함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도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추구하기에 ‘밥 한 끼 먹는 짧은 시간도 어짊에서 벗어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둘째 공무 수행에 있어 효율성과 정확성을 추구합니다. 일에 있어 민첩하다는 것은 효율성의 추구한다는 소리입니다. 또 말이 신중하다는 것은 말만 앞세우고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니 언행일치의 정확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군자에 대해 묻는 자공에게 “먼저 행동하라, 말은 그 뒤를 따르면 된다”(2편 ‘위정’ 제13장)라고 했던 말과 같은 맥락입니다.
셋째 궁극적 삶의 목표를 도와 덕의 일치에서 찾습니다. 就有道를 ‘도 있는 사람에게 나아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有道의 有는 유붕(有朋)처럼 특정한 의미가 없는 관형어로 봐서 ‘도를 따르다’로 풀어봤습니다. 이 경우 就有道而正焉은 ‘도를 쫓아 어그러진 것을 바로 잡는다’가 됩니다. 정자정야(政者正也)의 테마에 공명하는 내용입니다. 또 바름은 덕과 연결되니 도와 덕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어짊을 추구하는 것이니 다시 이인 편 제5장의 내용처럼 ‘부귀를 얻는 것도, 빈천에서 벗어나는 것도, 명성을 얻는 것도, 한 끼 밥을 먹는 것도 어짊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와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호학(好學)과 연결됩니다. 군자가 일상에서 배부름과 편안함을 멀리하고, 공무 처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며, 도와 덕의 일치를 추구하는 게 모두 배움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명말의 사상가 이탁오는 이에 대한 탁견을 남겼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오직 배움, 한 가지가 중요한 까닭에 때로 서둘러 그것을 추구하다 보니 배부름과 편안함을 잊게 된 것이지, 그런 것을 추구할 마음이 없어져서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호학이야말로 군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배움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공동체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배움은 입신출세의 수단으로 변질된 오늘날의 공부가 아닙니다. 세상의 이치를 궁금해하고 사람답게 사는 법에 통달하고자 스스로 묻고 해답을 찾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도와 덕의 통합을 통한 어진 정치가 그래야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