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학이(學而) 제10장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공부자는 한 나라에 가면 꼭 그 나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질문하신 건가요, 아니면 상대가 제공한 건가요?”
자공이 말했다. “스승님은 온화하고 선량하고 공손하고 검소하신 분이라 사양함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얻게 된 것입니다. 스승님이 원하는 바를 구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이 구하는 방법과 달랐소이다!”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자금문어자공왈 부자지어시방야 필문기정 구지여 억여지여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자공왈 부자온량공검양이득지 부자지구지야 기저이호인지구지여
자금은 ‘논어’에 3번 등장하는 인물로 진항(陳亢) 또는 진자금(陳子禽)과 동일인입니다. 공문의 제자라기보다는 공자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던 인물 정도로 봐야 합니다. 이 장에서 자금과 자공이 모두 공자를 부자(夫子)로 부르는 것은 공자가 대부의 벼슬을 지냈기에 그에 대한 경칭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자공에겐 그것이 스승을 뜻하는 표현이기도 했기에 우리말 풀이에선 차별을 뒀습니다.
자금이 말하는 문정(聞政)은 공자가 여러 나라를 돌 때 제후나 대부를 통해 그 나라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문에 응한 것을 지칭합니다. 이를 두고 정치 참여 운운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입니다. 그렇게 다른 나라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것이 직접 캐물어서인지 아니면 공자의 명성을 흠모해 나라의 제후나 대부가 자발적으로 들려준 것이냐고 질문한 것입니다. 상대가 알아서 얘기해 줬을 리 만무하니 공자가 열심히 취재한 것 아니냐는 복선이 깔려있는 질문입니다.
눈치 백단인 자공이 이를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자가 대놓고 질문한 것이 아니라 인품으로 상대를 감화시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낸 것일 뿐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공자의 인품에 대해 온량검공양(溫良恭儉讓)이 모두 해당된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이 저적 했듯이 온양공검(溫良恭儉)의 4개 형용사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문학적입니다. 따라서 그 뒤에 나오는 사이득지(讓以得之)를 ‘사양지심(辭讓之心)을 발휘함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득했다’고 풀어내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문정을 구하려는 것이 공자의 목표였다는 점에서 사이득지를 ‘사양함으로써 얻는다’로 해석하는 것이 모순된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는 공자가 추구하는 예의 역설을 간과한 해석입니다. 구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구하지 않고 에둘러 구하는 것이 사양지심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 장면을 재구성해보면 이렇습니다. 공자가 방문한 나라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 나라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닙니다. 공자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 온화하고, 선량하고, 공손하고, 검소한 인품에 감복합니다. 그래서 비로소 “이 나라 정사에 대한 지도편달을 바란다”라는 말을 꺼냅니다. 공자로선 불감청고소원 하던 바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럴 깜냥이 못 되는 사람이니 안 들은 것으로 하겠소”라고 다시 겸양의 자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반신반의하던 상대는 더욱 마음 놓고 그 나라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자공이 강조한 공자가 원하는 바를 취하는 남다른 방식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이득지야말로 그를 핵심적으로 요약한 사자성어로 기억될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