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학이(學而) 제11장
공자가 말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땐 그 뜻을 잘 살피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그 행적을 잘 살펴라. 3년간 아버지의 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효성스럽다고 할 수 있다."
子曰: "父在, 觀其志, 父沒, 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자왈 부재 관기지 부몰 관기행 삼년무개어부지도 가위효의
‘도덕적 명분과 정치적 수사’(4편 ‘리인’ 제20장)에서 밝혔듯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3년상을 치르는 것과 연계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왕이나 공경대부가 3년상을 치르게 되면 3년간(정확히는 만 2년간) 정무를 돌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그 기간 동안은 아버지의 방식대로 통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3년상 정당화 논리만 담긴 건 아닙니다. 아버지의 통치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3년상 기간을 일종의 숙려기간으로 삼으라는 조언도 숨어있습니다. 14편 ‘헌문’ 제40장에 등장하는 은나라 고종(무정)의 사례를 보면 무정은 3년상 기간 쇠약해진 은나라의 중흥을 위해 절치부심 비책을 모색했고 부친상이 끝날 무렵 노비 출신인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전격 발탁해 무정중흥의 기치를 높이 들게 했습니다.
원문의 관기지(觀其志)와 관기행(觀其行)의 기(其)에 대해선 아버지로 보기도 하고 아들로 보기도 합니다. 저는 아버지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효도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그 뜻을 살피고, 돌아가신 뒤에는 그가 남긴 행적을 잘 살피는 것인데 아버지 사후 3년상 기간 동안 아버지가 남긴 정책과 그 이면에 숨은 의미를 곰곰이 고민해 보고 새로운 정책을 발효하라는 의미로 새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