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2일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1차대전이 발발한 1914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를 '단기 20세기'로 규정했다. 우민은 3.1운동이 발생한 1919년부터 현재까지를 '한국적 20세기'라고 부른다. 한국적 20세기는 왕조시대에서 진정한 공화국시대로 전환의 시기라는 의미에서다.
1919년은 진정한 의미에서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의 죽음과 공화주의적 시민의식의 출발점이라 할 3.1운동 그리고 공화정을 채택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출범이 이뤄진 해다. 왕정체제를 상징하는 왕의 죽음과 공화정의 탄생이 그 한 해에 이뤄진 것이다.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진정한 공화주의를 실현하려는 공화파 대 탁월한 지도자 한 명 아래 똘똘 뭉쳐야한다는 영웅파의 대결의 역사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영웅파를 대표하는 인물이 북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남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라는 것이다.
공화파는 이에 맞서 4.19(1960)와 10.26(1979), 5.18(1980), 6.10(1987), 3.10(2017)으로 이어지는 저항을 펼쳐왔다. 공화파를 대변하는 인물이 남강 이승훈, 도산 안창호, 인촌 김성수, 가인 김병로, 김수환, 김대중, 노무현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영웅파는 이런 공화파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반혁명적 조치를 단행해왔다. 5.16(1961), 유신개헌(1972), 12.12(1979), 광주유혈진압(1980), 3당합당 및 공안정국(1990~91)이다.
공화파와 영웅파의 대결은 단순히 좌우대결로 치환될 수 없다는 것이 우민의 생각이다. 20세기 한국역사에서 좌우대결은 홍역과 악몽일뿐 결국 역사의 주류를 형성하는데 실패해왔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화파는 북한의 공산세력이나 남노당세력, 86주사파세력 같은 좌익과격파를 배격하고 중도적 시민운동노선을 취해왔다. 급진적 혁명노선에 반대하고 비폭력시민운동 노선을 견지해왔다. 또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우파의 개량된 계몽군주론에 줄기차게 저항해왔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이런 공화파와 영웅파의 대결은 아직도 끝난 게 아니다. 3.1운동부터 시작된 한국적 20세기의 완결은 진정한 공화제의 완성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우민은 그것이 진정한 내각책임제로의 전환에 의해 달성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내각책임제는 임정과 남한정부 수립 당시의 원안이었지만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영웅파에 의해 번번이 채택이 무산됐고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민주주의자라고 자임하는 사람 중에서 내각제보다 대통령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만만치 않게 많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 쟁취가 1987년 6.10 항쟁의 영광스러운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6.10 이전 5.18과 4.19로 면면히 이어진 그 전통의 뿌리로서 1919년까지 그 역사적 시선을 확대한다면 한국적 20세기의 화룡정점은 내각제로 개헌이 돼야 한다고 우민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