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
‘대쌍관계동학(對雙關係動學․interface dynamics)’이란 개념이 있다. 북한의 김일성 정권과 남한의 박정희 정권이 서로 간 적대적 긴장관계를 이용해 내부 통제력응 강화해온 것에 대해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쓴 표현이다.
우민은 그 표현이 냉전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벌이는 정치행태를 보면서 그 용어를 떠올리게 됐다. 상대에 대한 적대감에 의지해 각자 진영 내 권력 강화에만 골몰하는 ‘적대적 공존’이 박정희-김일성 짝패를 뺨 칠 정도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두 사람 모두 국민 모두의 지지를 받는 걸 포기했다. 대신 상대편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세력의 증오심을 부채질하거나 거기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진영 내 자신의 권력기반만 유지. 확장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이재명 꼴 보기 싫어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 진보진영에선 윤석열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재명 때리기가 윤통의 권력기반이 되고, 윤통 증오하기가 이 대표의 존재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의 이런 대쌍관계동학은 한국정치를 제로섬게임화하고 있다. 윤석열이 싫으면 민주당을 찍어야 하고, 이재명이 싫으면 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는 극단적 이분법의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한국사를 지배한 냉전체제와 반지성주의로 인해 뿌리 깊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민주주의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통속적 정치관이 접목된 결과라는 게 우민의 생각이다.
이런 제로섬의 정치는 한국 정치와 한국사회의 부패와 퇴영만 낳게 한다. 어차피 대안은 없기 때문에 윤석열 아니면 이재명에게 줄서는 것이 장땡이라는 발상을 횡행하게 만들어 내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만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민이 보기에 정부 여당에서 '윤핵관'이 설쳐대는 꼴이나 야당에서 벌어지는 '비명횡사'가 바로 그런 부패와 퇴영의 명백한 징후다.
한국정치가 진정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알렉산도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 칼에 잘라냈고, 콜럼부스가 달걀을 세우기 위해 그걸 깨서 세웠던 그런 용단이 필요하다. 익숙한 것과 결별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에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권자로서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우민은 굳게 믿고 있다.
*이미지는 '시사저널'에 실렸던 신춘성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