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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민일기

개 한마리 짖으니 동네 똥개 다 짖네

2025년 2월 13일(추위는 풀렸지만 하루종일 눈비 내림)

by 펭소아

어떤 정신 나간 검사장이 윤석열 재판과 안중근 재판을 단순 비교하며 대한민국 사법부가 일본 제국주의 사법부보다도 소명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놨다. 우민은 코웃음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바친 안중근과 대통령직 지키겠다고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윤석열을 비교한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가. 검사동일체 원칙을 강조하는 검찰조직에 계시다는 분이 그런 개소리를 시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제 시대에 비해 현재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거 아닐까.


윤석열 재판과 안중근 재판을 단순 비교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안중근은 의거 후 바로 체포됐고 2주간 6회 공판만에 바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안중근은 일본의 재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항고를 하지 않았고 사형선고를 받고 불과 달포 만에 처형됐다. 의거 후 처형까지 넉달이 걸리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은 현행범임에도 체포까지 43일이 걸렸다. 그동안 기자회견이다 뭐다 하면 TV 앞에서 온갖 망발을 늘어놨다. 공판에 자진출석하라는 것을 번번이 거부하다가 체포된 뒤 출석해서 계속 개소리만 떠들고 있다. 그 주장이란 게 짧은 수감기간 동안 안중근이 집필한 '동화평화론'에 비하면 발가락 떼만도 못하다.


헌재 판결이 3월 초 난다면 수포로 돌아간 반란 기도 후 넉달 만에 목숨은커녕 대통령 직만 잃는 것에 불과하다. 그에 대한 형사재판은 추후 이뤄질 것이니 최종 판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법치주의를 입에 달고 살다가 법치는 물론 나라를 말아먹으려 한 사람을 재판하는데 있어서도 국민은 최대한 법치주의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검사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사람의 눈에 그게 안 보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말.


게다가 안중근이 2주간 6회 공판이었던 것과 달리 윤석열은 1월 14일부터 2월 14일까지 한 달 간 주 2회 씩 총 8회의 변론기회가 주어졌다. 대통령 탄핵사건은 국가원수의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기에 신속한 심리가 이뤄져야 함이 당연하다. 따라서 비교를 하려면 탄핵소추가 이뤄졌던 노무현 박근혜와 비교를 해야 한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됐던 노무현의 경우 소추 후 두 달 간 7회 변론, 논란이 많았지만 탄핵이 인용됐던 박근혜의 경우 석 달간 17회 변론이 이뤄졌다. 윤석열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월 14일부터 계산하면 벌써 노무현 심판 때의 두 달을 거의 다 채웠다. 3월초 판결이 나온다면 박근혜 심판 때의 석 달과 엇비슷하다.


특히 논란의 소지가 많았고 실제 기각됐던 노무현 때 두 달 7회 변론과 비교하면 현행범에 후안무치한 허위증언을 남발하는 윤석열의 석 달 8회 변론은 차고도 넘치다. 그 검사장은 노무현 탄핵소추 때는 뭐하고 있다 이제 그 말을 꺼내는지 우민은 묻고 싶다.


대통령부터 국방부장관, 행안부장관 같은 고관대작들이 개소리로 짖어대니 검사장급 인물도 부화뇌동해 자신이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짖어댄다. 그런 개소리를 참고 견디기 힘들기는 하지만 차라리 잘 됐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원래 개 한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온 동네 개가 다 따라 짖기 마련이다. 인간의 입으로 개소리를 내는 고위직 인사들을 싹 솎아낼 절호의 기회 아닌가.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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