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일(맑고 온화)
한국의 판사는 간서치가 되기 딱인 직업이다. OECD 국가 판사 중 1인당 사건 처리량이 가장 많기에 무지막지한 공판기록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독서를 하고 짧은 독서기록을 남긴 것을 갖고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떠들어대는 국회의원들을 보며 우민은 욕지기가 솟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 금배지 단 작자들 1년에 책 3권도 안 읽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책을 읽는 건 한심한 루저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그러니 저런 망발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는 것이다. '책 많이 읽는 놈들은 사상이 삐딱하다'며.
우민이 운동권 386을 대체로 깔보는 이유 중 하나가 학창시절 짱돌 던지기 바쁘다고 책읽기를 등한히 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을 이류작가 취급하기 일쑤다. 또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한나 아렌트가 파시즘과 스탈리즘을 전체주의로 등치시켰다고 얼치기 지식인 취급한다. 자신들이 읽은 좌편향 사회과학 서적이 만고의 진리인 줄 알고 떠들어대던 소아병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한심한 인간들이 '육법당' 계열의 보수 엘리트들이다. 이 인간들은 그보다 더 무식해서 조지 오웰이 사회주의자임을 모르고 우파 작가라고 찬양하기 바빴다.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한나 아렌트를 '빨갱이 작가' 취급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체주의를 비판한 카를 포퍼의 '열린사회와 적들'도 금서로 지정했다. 자신들의 알량한 지식과 다른 말 하는 사람은 모두 빨갱이라 생각하는 머글들이다.
심지어 이 머글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철썩 같이 믿던 사람들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충견이던 법학자가 곡학아세의 일환으로 '악마의 편집'을 가했다는 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모른 척한 것인지는 몰라도. 하지만 형세가 불리하다 싶자 요즘은 이 말을 밖으로 꺼내는 보수우파를 우민은 보지 못했다.
실제 지금 여당의 국회의원들 중에서 지금도 독서라는 것을 하는 사람이 존재할 지가 우민의 의문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독서가가 없진 않겠지만 열의 여덟아홉은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살지 않을까(예외적 존재가 한동훈과 김웅 같은 이들인데 그들은 모두 원외인사다).
그럼 그 바쁜 와중에 책을 놓지 않으려는 판사에게 찬사를 보내지는 못할 망정 사상이 의심스럽다니. 우민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책은 거들떠도 안보는 당신들에게 도대체 사상이라는 게 있기는 하냐?"고. "무식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