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민일기

눈 뜨고 코 베이겠다는 호헌론자들에게

2025년 5월 1일(흐리고 오후 비 예보 있음)

by 펭소아

현재의 정당 지지율 상황을 보면 보수 진영 후보는 단일화를 해도 승리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저기 출마 선언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왜 그럴까?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열심히 출마해 이름을 알리는 것이 이문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레드썬!"을 떠들고 다니며 예언가 행세하던 그 양반도 대통령선거 꾸준히 나와 이름을 알리는 바람에 돈방석에 앉지 않았던가. 자본주의 사회에선 악명도 명성이고 명성은 곧 돈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유력 정당의 후보라도 되면 이번에 떨어져도 차기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훌쩍 올라간다. 자신들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당선된 상대 후보가 5년 간 삽질하면 '정권 심판론' 바람을 등에 업고 차기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근혜에 패배했던 문재인, 윤석열에게 패배했던 이재명의 길이 자신들에게도 열린다고 통박을 굴리는 것이다.


예외적인 존재는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다. 올해 77세인 그는 차기를 예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왜 출마하려는 걸까? 대법원 유죄 판결로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의 대선출마가 어려워지거나 무죄판결이 난다고 해도 60% 가까운 반이재명표가 다 자신에게 몰릴 것이라 생각해서다. 현행 대통령제 하에선 양자택일이 불가피하기에 막상 대통령선거로 가면 국민의힘 지지자 30%와 역시 30% 가까운 중도표를 흡수할 수 있다는 망상 때문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일찍이 공자는 남자의 인생을 소(少), 장(壯), 노(老)로 삼분하며 각각의 연령대에 3가지를 경계하라고 했다. 색(色), 투(鬪), 득(得)이다. 색이 성적 욕망의 산물이요, 투가 승부근성의 산물이라면 득은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말한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을 쉬 놓지 않으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그러는 것을 노욕(老慾)이라고 한다. 죽으면 다 놓고 갈 것을 죽음에 가까워진 이들이 더욱 집착하기에 더욱 꼴불견이기 때문이다. 노년에 진입했다고 생각되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베풀고 나눠주는 훈련을 해야 하건만 반대로 그걸 놓지 못해 안달하면 그게 바로 노추인 것이다.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에서 총리를 두 번, 합쳐서 4년 가까이나 했으면 충분하지 않은가? 게다가 말년엔 계엄발동 정권의 얼굴마담을 한 사람이 공정한 선거관리자의 자리를 박차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니. "이미 얻은 것을 놓지 못하는 노욕이고 노추 아닌가"라고 우민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팔순이 다 될 때까지 평생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법이 없어 노회하다는 평을 듣던 그가 왜 최고주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저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한국 대통령제가 결국 양자택일의 게임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가 되면 '모 아니면 도'의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일평생 양지만 걸어온 자신의 팔자라면 그런 도박을 한 번쯤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이런 식의 '양자택일 승자독식'의 대통령중심제가 정말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우민은 묻고 싶다. 대통령병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들만 걸리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헌론자들을 비난하기 바쁜 호헌론자들이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겠다는" 대통령병 환자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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