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7일(흐리지만 여전히 따뜻)
정인지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한글이 귀신의 소리도 흉내 낼 수 있는 완벽한 표음문자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훈민정음은 몰라도 현재의 한글에서는 표기할 수 없는 소리가 분명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으'의 복모음에 해당하는 소리다. 이게 입으론 소리낼 수 있는데 한글로는 표기가 안된다. 한글에서 ㅏ ㅓ ㅗ ㅜ 같은 단모음에 복모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 ㅡ와 ㅣ는 그에 걸맞은 복모음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딜레마 아닐까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으'나 '이'의 복모음은 실제 알파벳 l의 영어 발음에 가깝다. 유럽언어권에서는 l을 'ㄹ'이 아니라 '으'나 '이'의 복모음에 가깝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의 동료였던 프랑스 출신 골키퍼 위고 요리스(Hugo Lloris) 성의 첫머리 발음이 그에 해당한다. 또 milk를 '밀크'로 발음하면 못알아듣지만 '미역'으로 발음하면 알아듣는다는 우스갯말이 일리 있는 이유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Versailles) 궁전도 실제 발음은 베흐사+'이'의 복모음이다.
반면 아프리카어와 베트남어의 경우는 맨앞에 N이나 M이 올 경우 '으'의 복모음에 가깝게 발음되는 게 아닐까? 베트남의 유명 성씨인 Nguyen(응우옌)의 '응'이나 카메룬 출신 프랑스 축구선수 Kylian Mbappé(킬리언 음바페)의 '음'이 그에 해당한다. 실제 발음을 들어보거나 직접 해보면 '응'은 확실한데 '음'은 다소 불분명하기는 하다.
다시 훈민정음으로 돌아가면 '응'을 복모음으로 발음하게 만드는 장치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글에선 쓰지 않는 '여린 히읗' 또는 '된 이응'에 해당하는 'ㆆ'이다. 영어 표기로 'ng'에 해당하는 음가가 초성에 올 때 이를 쓰면 'ㅡ'와 'ㅣ'가 복모음으로 발음되는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이 자음을 되살리면 영어에서 반자음 또는 반모음이라고 하는 /j/와 /w/을 어느 정도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요리스의 '요'와 응우엔의 '응', 음바페의 '음'의 초성 o을 'ㆆ'로 대체하고 밀크의 '밀'을 '미+ㆆ'로, 베르사이유를 '이유'를 'ㆆ+ㅣ'로 바꾸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와 다원화 시대에 걸맞게 한글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으'의 복모음 뿐 아니라 영어의 /f/발음에 해당하는 순경음 ㅂ(ㅸ)과 /th/ 발음에 해당하는 반치음(ㅿ)을 최소한 외국어 표기에 복수 허용해주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