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5일(맑고 온화한 봄날씨)
우민은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빠짐없이 투표를 해왔다. 이번이 여덟 번째 투표인데 시간이 갈수록 후보들이 지리멸렬해지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게 투표"라는 처칠의 말을 곱씹으며 투표를 해왔는데 올해는 정말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3일 열린 사회 분야 대통령후보 TV토론회를 보다가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서 토악질이 날 것 같아 채널을 돌려버렸다. 그들이 서로 물고 늘어진 약점을 취합하면 '제발, 이런 사람은 대통령 후보로 나서지 말아주세요' 리스트가 완성되지 않을지.
이념과 정책을 빼고 보면 경상도 출신 꼰대 둘과 자기애로 똘똘 뭉친 꼴통 둘의 이판사판 아사리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말만 하려들지 말고 상대의 얘기에도 귀 기울이고, 뼈아픈 지적은 겸허히 수용하면서 위트와 유머 있는 말이 오가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걸까.
혹자는 묻는다. 그럼 우민을 흡족하게 한 정치가가 과연 있기는 한가? 왜 없겠는가. 1992년 이후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인물 중에서도 김대중, 노무현, 노회찬 같은 탁월한 정치가들이 있지 않은가. 대중적 인기가 덜해서 그렇지 제정구, 김근태, 김정길, 유인태, 우원식, 유승민 같은 정치인도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문제는 양질의 의회주의자를 제쳐놓고 절대반지에 미혹된 불나방 같은 정치인들만 선호하다보니 오늘날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닐까? ‘나’의 명분 뒤에 숨은 실리를 돌아보고, '남'의 실리 뒤에 숨은 명분을 돌아보는 것이 바로 성찰(省察)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정치가가 점점 귀해지는 세상이 되고 있다고 우민이 한탄하는 이유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