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1일(한낮 기온이 섭씨 29도까지 치솟는 여름날씨)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라는 게 있다. 위기나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 유전자는 양자택일을 한다는 것이다. 싸우거나 아니면 도망가거나. 누군가는 이를 인간적 반응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인간 역시 동물의 하나일 뿐이라는 냉소적 시각의 산물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인간은 동물 이상의 존재를 지향한다. 그 좁은 문은 혼자가 아니라 타자와 함께 할 때 비로소 열린다. 혼자일 때 나는 자기보전을 위해 투쟁 아니면 도피를 택하지만 여럿과 함께 할 때 나는 누군가를 위해 그들의 고통을 나눠 짊어지거나 심지어 나 자신을 희생시키는 제3의 선택이 가능해진다.
어질 인(仁)에 대해 '사람(人)이 둘(二) 만 모여도 상대를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알게 되며 이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게 된다'고 '설문해자'는 풀이한다. 우민이 설파하는 '군자학'에 따르면 仁은 사람이 세상의 이치인 도와 타인을 포용하는 덕 두 가지를 두루 갖춘 경지를 뜻한다. 仁에는 또한 씨앗과 알맹이라는 뜻도 있으니 어짊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정수라는 뜻풀이도 가능하다.
어짊에 대한 이 3가지 뜻풀이가 가리키는 것은 무얼까? 투쟁-도피 반응을 넘어 공감과 연대야말로 진정 인간적 반응이란 것이다. 난민사태나 기후변화, 팬데믹 같은 엄청난 규모의 위기가 닥쳤을 때 진짜 인간적 반응 역시 다르지 않다. 그에 대해 책임 있는 누군가를 처단하라고 공격하거나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외면하는 것은 투쟁-도피 반응에 불과하다.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동시에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곧 어짊의 실천이며 가장 인간적인 반응 아닐까.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