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우민일기

이번 대선을 상징하는 딱 한 장면

2025년 6월 3일(눈부신 햇빛에 선선한 바람이 불다)

by 펭소아

먼 훗날 역사는 이번 대선을 어떻게 기록할까? '윤석열의 난'을 바로잡기 위한 선거가 그 첫 번째지만 두 번째는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자 출신 후보들이 대거 격돌한 대선으로 기록하지 않을까라고 우민은 생각했다.


이번 대선 유력주자는 대부분 노동자 출신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소년공 출신이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위장취업 노동자로 노조위원장까지 지냈다. 민노당 권영국 후보 역시 풍산그룹 안강공장의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공장폭발로 직원이 숨진 산업재해 맞서 싸우다 해고당해 본격적인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그럼에도 노동자 권익 보호는 이번 대선 화두에서 쏙 빠졌다. 대선기간 파리바게트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세 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선거 마지막날에는 산업현장에서 무참히 희생당한 청년 노동자를 상징하는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50대 노동자가 또 홀로 작업하다 기계에 끼어 숨졌다.


유력 후보 대다수가 노동자 출신임에도 정치권에서 이 사건은 부각되지 않았다. 자신이 노동자 출신으로 대선후보까지 된 인생역정은 자랑하면서 정작 그 초심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는 인색했다. 단 한 사람, 권영국만큼은 달랐다. 그는 이를 집요하게 문제제기 했고, 선거운동의 대미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외롭고 고통스럽게 숨졌을 그 노동자 빈소를 찾아가 조문하는 것으로 마쳤다.


이번 대선만큼 다사다난한 일이 벌어진 적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대선기간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TV대선 토론에서 권영국 후보가 손바닥에 백성 민(民) 자를 적어 온 것이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 아닐까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적어 나왔던 것에 대한 패러디이자 이번 대선이 '윤석열의 난'을 진압한 국민의 선택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생각해서다.


王은 대군을 지휘한다는 의미를 지닌 큰 도끼 부월 위에 전사가 서 있는 형상의 상형문자에서 연원한다. 글자 자체가 힘과 무력의 과시다. 반면 民은 스스로의 눈을 찌르는 사람의 형상에서 따왔다. 고대에는 눈 먼 사람들이 신을 위해 바쳐지거나 신을 모시는 일을 부여받았으니 신과 같은 존재인 왕에게 바쳐진 가장 밑바닥의 사람을 뜻했다.


民이야말로 최고 권력자였던 王의 대척점에 선 호모 사케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장면이야말로 이번 선거가 王으로 대표되는 내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民을 대표하는 노동자들이 대통령 후보들이 대거 나선 선거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 우민의 생각이다.


우민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경선이 한창일 때 3가지 기준을 내세웠다. 첫 번째 (내각제로의) 개헌, 두 번째 비법조인, 세 번째 군복무를 마친 사람. 권영국은 이 3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게다가 민노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였건만 책자형 공보물은 온통 구호로만 가득했고, 돈이 없어서언지 팸플릿형 공보물은 아예 보내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민이 몹시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의 성격을 누구보다 극명하게 보여준 후보가 권영국이라는 생각에 우민은 오늘 기호 5번에 투표했다. 대통령병에 걸려 민주당의 정체성마저 보수정당으로 바꾼 이재명 덕에 텅 비어 버린 한국정치 진보의 공간이 꽉 채워지기를 다섯 손가락 쫙 펴 기원하며. 5번 권영국, 득표율 5%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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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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