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소아 Mar 07. 2021

소인의 반대말이 대인이 아닌 이유

17편 양화(陽貨) 제25장

  공자가 말했다. “여자와 소인은 (군자로) 키우기 어렵다.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子曰: 唯女子與小人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

  자왈  유여자여소인위난양야     근지즉불손  원지즉원           

  


  현대 유학자들이 가장 진땀 흘리는 공자 어록의 하나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은 공자의 가부장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대목이라 분노하기 일쑤구요. 저는 꼭 그렇게 변명해야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공자는 2500년 전 사람입니다. 아무리 그가 그 시대를 뛰어넘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는 또한 시대의 산물이었으니 결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구절도 당대의 시각에서 읽고 그에 입각해서 현대에 준용하면 그만입니다.     

  

  많은 이들이 여기서 여자에만 주목하는데 저는 소인(小人)에게 주목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인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선 안 됩니다. 소인은 그냥 평범한 우리들입니다. 그 반대인 군자는 비범한 존재입니다. 군자 중에서 최고의 존재가 성인(聖人)이구요. 따라서 성인과 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예외 없이 다 소인입니다. 소인 중에 군자가 되길 꿈꾸며 군자학을 연마한 사람만이 군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왜 소인일까요? 이를 생각할 때 먼저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소인의 반대어는 대인(大人)입니다. 공자 시대 대인은 곧 공경대부를 뜻했습니다. 왕족 내지 귀족 혈통이거나 나라에 엄청 공을 세워 높은 지위에 오른 벼슬아치를 뜻합니다. 따라서 소인은 일반 평민, 대인은 그들의 지도자입니다. 그런데 공자가 굳이 대인이란 표현을 놔두고 군자(君子)란 용어를 끄집어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비록 지위는 대인일지라도 군자가 아닌 사람이 있다는 암시 아닐까요? 또 비록 소인의 위치에 있지만 군자라 부를만한 사람이 있다는 우회적 메시지 아닐까요?      

  

  당시 인구비율에서 소인 대 대인의 비율은 아마도 90 대 10도 못될 겁니다. 그럼 소인 대 군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대인이라고 전부 군자가 아니듯 소인의 지위에 있어도 군자가 있기 마련이기에 요즘의 도식을 빌려 말하자면 80 대 20 정도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인의 비율은 또 2%도 못된다고 봐야하지 않을가 싶습니다.     

  

  이런 시각으로 소인을 바라보면 소인은 못나고 졸렬한 인간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인간입니다. 요즘 말로 소시민쯤 되니 그냥 우리들이라고 불러도 무방합니다. 거기에 여자를 넣은 것은 공자 시대엔 여자가 당연히 대인은 물론 ‘본보기가 될 대인’을 뜻하는 군자도 될 수 없었으니 소인을 대표하는 제유법의 일환으로 앞에 내세운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소인의 특징을 당시 아녀자에 대한 일반적 통념을 끌고 왔습니다. 그래서 가까이하면 기어오르고 멀리하면 원망한다는 표현을 쓴 겁니다. 이는 당시 그리스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예수나 바울에게서도 공통으로 발견되는 관점입니다. 그들이 아녀자를 어린아이와 노예와 동급으로 바라본 이유는 당시 이들이 공직을 담당할 수 없다는 당대 ‘지상의 척도(禮)’를 따른 것뿐입니다.  공자의 여성 인권인식 부족을 비판하는 것은 왜 노비해방과 어린이 인권운동에 나서지 않았냐고 비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여기까지 이해하고 저 구절을 다시 읽으면 오히려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공자는 여자와 소인은 ‘군자가 될 수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군자로 키우기 어렵다’고 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렵긴 하지만 군자가 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란 소리입니다.      


  물질적 정신적 여유를 갖췄기에 군자학을 익힐 여력이 많은 대인이 군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큰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군자가 되겠다는 열망만 있다면 소인도 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수업료로 육포 한 묶음만 내면 누구나 제자로 받아들여준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 여자가 포함됐다는 기록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절히 공자의 제자가 되길 바라는 여성이 있었다면 공자는 결코 이를 내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에 여성이 없었지만 심지어 ‘간음한 여인’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막달라 마리아를 예수가 제자로 여겼을 것이란 후대의 추론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불혹 vs.불견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