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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Mar 09. 2021

용감함 vs. 의로움

17편 양화(陽貨) 제23장

  자로가 말했다. “군자는 용기를 숭상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의로움을 우선시한다. 군자가 용기는 있는데 의로움이 없으면 난을 일으키고, 소인이 용기는 있는데 의로움이 없다면 도적이 되고 만다.”

     

  子路曰: "君子尙勇乎?" 

  자로왈    군자상용호     

  子曰: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而無義爲亂 小人有勇而無義爲盜."

  자왈    군자의이위상   군자유용이무의위란   소인유용이무의위도           

  


  공자 제자 중 용기를 가장 중시한 인물이 자로입니다. 공자와 처음 대면 순간부터 용력으로 대결하려던 인물답게 공자가 이상으로 삼는 군자는 용기를 숭상하느냐고 묻습니다. 의관을 바로 하고 예의범절을 따지기 바쁜 인물이 과연 용기나 배짱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군자학의 주요 가치를 인의예지(仁義禮智)의 4가지로 범주화한 인물은 맹자입니다. 맹자는 자신이 주창한 4단(四端)설을 토대로 이 4가지 가치를 동등하게 풀어냈습니다. 인(仁)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의(義)는 악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 예(禮)는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辭讓之心), 지(智)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인 시비지심(是非之心)이란 설명입니다. 

     

  하지만 ‘논어’를 읽다 보면 인의예지는 그런 동일 범주의 가치가 아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군자학에서 최상의 가치는 어짊으로 번역되는 인(仁)입니다. 개인적 덕(어진 사람)과 집단적 도(어진 정치)를 하나로 융합할 때 비로소 발현되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면에서 인은 덕과 도의 최대공약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덕과 도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 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智) 또는 지(知)는 군자를 그 인으로 인도하는 등불과 같은 가치입니다. 인을 사랑을 뜻하는 애(愛)의 보편화로 풀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거기엔 반드시 현명함이 수반돼야 합니다. 백성을 사랑하되 맹목적 사랑이 아니라 현명한 사랑이 인인 것입니다. 따라서 ‘仁=愛+智’라는 형태의 공식도 가능합니다. 공자가 지자(知者)와 인자(仁者)를 나란히 비견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럼 의(義)와 예(禮)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도와 덕의 최대공약수로 도출된 인을 다시 개인적 영역에 투사한 것이 의라면 집단적 영역에 재투사한 것이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의로움이란 개인적 덕 중에서 정치, 사회적 맥락에서 객관적 공인을 받은 것이요, 예의바름이란 집단적 원리인 도에 부합하도록 개인적 행동의 형식과 법칙을 확립한 것입니다.            

 

  따라서 자로가 말하는 용(勇)이 개인적 덕이라면 그것을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의미 있게 재규정한 것이 의(義)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용기라고 여기는 덕목이 정치 사회적 맥락에 따라서 만용이 되거나 악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용기만 있고 의로움이 없는 사람이 군자(여기선 높은 관직에 오른 대인을 뜻함)라면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난을 일으키고, 소인이라면 도적이 되고 만다는 공자의 설명은 바로 그런 정치․사회적 맥락을 짚어준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을 인(仁)의 거울에 비춰봤을 때 이지러짐이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의(義)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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