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편 양화(陽貨) 제16장
공자가 말했다. “옛날 사람에겐 세 가지 편벽됨이 있었다. 지금은 그 좋은 면이 없어진 것 같다. 옛날의 이상주의(광)가 자질구레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거였다면 지금의 이상주의는 방탕함이 됐다. 옛날의 자긍심(긍)은 모난 정도의 엄격함이었으나 지금의 자긍심은 성냄과 사나움이 됐다. 옛날의 어리석음(우)은 우직함이었으나 지금의 어리석음은 사리사욕이 됐다.”
子曰: “古者民有三疾, 今也或是之亡也. 古之狂也肆, 今之狂也蕩. 古之矜也廉, 今之矜也忿戾. 古之愚也直, 今之愚也詐而已矣.”
자왈 고자민유삼질 금야혹시지무야 고지광야사 금지광야탕 고지긍야염 금지긍야분려 고지우야직 금지우야사이이의
3가지 편벽됨(疾)이 등장합니다. 광(狂), 긍(矜), 우(愚)입니다. 광은 뜻이 너무 높아서 상궤를 벗어난 것이니 이상주의로 풀 수 있습니다. 긍은 자긍심이 너무 강한 것이니 나르시즘에 해당합니다. 우는 어리석음인데 여기서는 소견머리가 좁은 것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을 광자, 긍자, 우자라고 부를 수 있을 터인데 군자가 되려다 조금씩 핀트가 어긋나게 된 3가지 인물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옛날(古者․여기서 者는 시간을 강조하는 접미사)엔 그들에게도 저마다 장점이 있었습니다. 광인은 작은 것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함(肆), 긍인은 모가 났다고 할 만큼의 엄격함(廉), 우인은 우직함(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장점은 사라지고 편벽됨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광인은 그 경계를 범람해 흠뻑 젖을 지경(蕩)에 이르렀고, 긍인은 성내며 사납게 싸움만 걸고(忿戾), 우인은 사리사욕만 꾀하는 수준(詐)으로 타락했다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광인, 긍인, 우인은 군자와 소인의 회색지대에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광인은 자기만의 이상을 좇느라 세속적 욕망을 망각한 사람입니다. 속된 말로 미친 놈입니다. 긍인은 좋게 말하면 자존감, 나쁘게 말하면 자존심이 엄청 강한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잘난 놈입니다. 우인은 눈치가 부족해 뭐가 중하고 뭐가 급하지를 잘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쉬운 말로 못난 놈입니다.
공자는 이런 회색지대에 위치한 3가지 범주의 인물을 다시 군자형과 소인형으로 재범주화합니다. 미친 놈 중에서 또라이기는 한데 공적 사명감에 불타는 사람이 군자형이라면 사소한 기쁨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마니아가 소인형입니다. 잘난 놈 중에서 자신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는 사람이 군자형이라면 타인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적용하는 이가 소인형입니다. 못난 놈 중에선 중하고 급한 일이라고 지시받은 바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이 군자형이라면 눈앞의 이익만 좇느라 조삼모사를 구별 못하는 이가 소인형인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놈놈놈에게 더 끌리시나요? 만일 당신이 그 놈놈놈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당신은 군자형인가요, 소인형인가요? 지금 당신에게, 공자가 묻고 있습니다.3가지 편벽됨(疾)이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