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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바다

숙소

by 노르웨이신박

배에는 총 64명이 타고 있다. 석유 관련 해양구조물 설치를 위한 오프쇼어 트립이다 보니 엔지니어링 크류에는 리거 엔지니어 (Rigger)와

용접 엔지니어 (welder)가 승선했고, 서베이 엔지니어와 ROV 엔지니어들이 주를 이룬다. 용접은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들었는데, 요즘 현장은

어떤지 모르겠다. 해상 작업은 24/7으로 작업이 진행되는데, 한번 일정이 꼬이면 밤샘 작업만 내내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경우가 꼬인 경우다. 밤 근무로 나온 게 아닌데, 밤샘 근무를 하고 있으니 단단히 꼬인 샘이다.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노르웨이 사람들이다.

20대같이 보이는 아들 같은 친구들과 70살이 넘어 보이는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모습이 참 조화롭다.


승선자 명단을 살펴보니 내 이름 옆에 sick cabin이라고 쓰여 있다. 뭐지? 나 어디 아픈가?


알고 보니, 내 숙소가 환자가 생기면 머무는 숙소란다. 배에서는 숙소의 위치에 따라 멀미가 많이 나는 숙소가 있는데,

특히 배 선미와 후미 쪽, 엔진룸 근처 숙소는 롤링, 피칭, 소음, 진동이 심하니 피하는 게 좋다. 물론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운에 맡기는 수밖에.


환자용 숙소라서 그런지 위치도 좋고, 조용하고, 뜨거운 물도 꽐꽐 나오고, 따뜻하고, 진동 소음이 전혀 없다.


밤샘 작업으로 꼬였다고만 생각했던 이번 출장은 조용하고 편안한 숙소를 환자 대신 쓴다고 생각하니 풀려버렸다.


꼬이는 일이 있으면, 풀리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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