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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일기/ 북해바다

항구

by 노르웨이신박


매번 떠나고 돌아오는 항구지만 늘 반가운 곳이 항구이다. 특별히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는 귀항길은 늘 가볍다.

베르겐 피오르드 연안으로 접어드니 고깃배들이 간간이 보인다. 오늘 저분들의 귀갓길 마음도 가벼웠으면 좋겠다.


생계를 책임지며 하루의 밥상을 마련하기 위해 고깃배를 띄우는 어부들의 마음은 어떨까?

만선의 기쁨을 싣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빈 어망을 털며 돌아오는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 무거운 마음을 누가 알아주랴.

내일은 좀 잡히려나 기도하며 새벽마다 배를 띄우는 어부의 마음이 가장의 마음일 것이다.

같은 마음으로 관식이는 매일 새벽 5시에 오징어 배를 띄웠나 보다. (feat: 폭싹 속았수다)


하선하기 전 배를 둘러보니 배가 시끌벅적하다. 하선하는 사람들 모두 활기가 넘친다. 일주일 남짓 배에 올랐던 나도 기쁜데, 2개월, 3개월 동안

집 떠나 항구로 돌아가는 이들의 기쁨은 오죽하랴.


만약 이 배가 고깃배였다면 지금쯤 그물에 가득 찬 생선들이 팔닥거리며 풍기는 비린내가 선상에 진동하며 활기를 더했을 것이다.

잡은 생선을 팔아 집안 살림을 꾸미고, 생계 미천을 마련하고, 새 옷과 새 신을 장만할 저마다의 꿈을 싣고 가는 곳. 항구.

험한 바닷소리와 함께 하루하루 마음 조리며 기다리는 가족들의 기다림과 그 꿈이 만나 더 큰 결실을 맺는 곳이 항구일 것이다.


항구는 꿈을 꾸는 곳이다. 꿈이 있는 곳에 활기가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항구에는 같은 생일을 가진 아이들이 많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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