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vs 경험
최근에 일이다. 부서에서 북해바다 현장에 나갈 사람을 찾고 있었다. 보통 바다 현장 출장은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많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면 몸은 힘들지만, 수당이 꽤 두둑하고, 하루 네 끼 밥이 잘 나온다. 그래서 혼자 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많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배에 사람이 없이 무인으로 작동하는 배인 것이다. 배에 사람이 없으니 배를 타고 현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육상 오페레이션 센터에서 24시간 무인 배가 오퍼레이션 하는 것을 감독하는 일이다. 높은 파도에서 무인 로봇이 잘 작동하는지? 바다 깊은 곳에서 샘플을 잘 채취하는지? 채취한 샘플을 배 위로 잘 옮겨 보관하는지? 주변에 다른 배들과는 안전상 교신에 문제는 없는지? 등등. 아직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북해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아마도 미래 시장의 판도를 크게 뒤집는 빅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근데 이상했다. 지원한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물론 여름휴가시즌과 겹친 이유도 있었겠지만, 휴가 계획이 없는 젊은 친구들도 지원하지 않은 것이 의아해, 젊은 동료들에게 물었다.
왜 안 가? 자긴 다른 계획 없잖아?
수당이 없잖아. 괜히 고생스럽고 힘들기만 하지...
이유는 수당이었다. 바다 현장 일이었지만, 직접 바다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육상 오퍼레이션 센터에서 일하기 때문에 현장 수당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다. 그들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돈 vs 경험?
나는 경험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누가 그랬듯이 경험은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오마카세를 먹는 것이 경험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서 그곳에서 배움을 얻는 것이 경험이다. 그리고 나는 믿고 싶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돈이 된다는 것을.
사진은 Rolls-Roy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