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이 가는 프로젝트 - 2
당시 단일 공사로는 최대 규모이며, 대규모 설계 용역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인천국제공항 부지조성 공사(2단계)>가 발주되었다. 많은 설계사들이 도전했지만, 공항부, 철도부가 유난히 강했던 우리 회사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회사로서는 경사였지만, 영종도 현장으로 70명 이상 관련 엔지니어들을 파견 보내야 하는 조건이었다. 6년 동안 신촌 생활을 접고, 첫 직장에서 이제 강남 시대를 활짝 열어 보겠다는 나의 야심 찬 꿈도 잠시. 나는 영종도라는 황량한 곳으로 3 년간 현장 파견 발령을 받게 되었다.
영종도국제공항 (현.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를 제방으로 연결하고, 그 안에 바닷모래를 채워 만든 인공섬 위에 건설된 공항이었다. 원지반이 연약하여 장기 지반 침하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현장에서 우리 지반팀의 미션은 4000미터에 달하는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유도로와 계류장의 연약지반을 개량하여, 활주로 공사 시 지반침하에 문제가 없도록 지반을 계량하고, 각종 계측기를 매설하여 지반의 장기거동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비포장 도로 위로 모래바람이 일었다. 모래바람 건너로 희미하게 컨테이너 사무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 개의 컨테이너 동이 서로 연결되어 사무실을 이뤘고, 반대편에는 감독관 사무실이 있었다. 감독관이 수시로 불러대면 지체 없이 달려가야 하는 구조였다. 주차장 옆으로는 식당이 있었고, 공동 샤워장도 갖추고 있었다. 사무실 컨테이너 옆에는 숙소동이 있었는데 우리 팀이 배정받은 숙소는 3인 1실이었다. 직장생활을 강남에서의 화려한 펼쳐보겠다는 나의 꿈은 현장에서의 따가운 모래바람과 함께 활주로 위로 흩어졌다.
이렇게 시작한 영종도 현장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도 나의 최애 프로젝트로 남아있다.
가장 많이 고민하고, 가장 많이 싸우고, 설득하고, 토론했던 프로젝트였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은 지반공학 엔지니어로서 내 인생의 황금기였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은 현장이었다. 3년이 지나 공항시설공사팀과 현장 바통을 터치하기까지, 인천 국제공항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계류장과 유도로 포장 건설을 위한 연약지반 개량공사 미션은 성공적으로 완공되었다.
지금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이 가까워지면, 나는 창문 너머 활주로 구석구석을 살핀다. 혹시나 멈추지 않는 장기 침하로 활주로에 크렉이 가진 않았는지, 계류장 포장에는 문제가 없이 유지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괜한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한 세계 최고의 인천국제공항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이지만, 나에게는 젊은 날의 꿈과 열정과 추억을 묻어 놓은 여전히 먼지날리는 영종도 현장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