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배에서 나이지리아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배에는 주로 백인과 황인들이 주를 이룬다. 완전 나이지리아 사람인 아데볼라라는 친구는 서베이 엔지니어다. 20대 후반이거나 많아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다. 선장과 함께하는 아침 미팅에 들어오는 것으로 봐서 매니저급니다. 순서가 되어 보고를 하는 걸 보면, 굉장히 스마트한 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젊고 똑똑하고 유능한 매니저인 것 같다.
아데볼라는 늘 통이 크고 헐렁한 츄리닝 바지를 골반 밑에 걸쳐 입는다.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깊이 꽂아 넣어 흘러내리는 바지를 움켜쥐고 슬리퍼를 끌고 다닌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는 상체를 길게 늘여 엉치를 의자 끝에 살짝 걸치고 반쯤은 누워서 회의에 참석한다. 고개는 항시 비딱하게 기울이고 시선은 곱지 않은 인상으로 늘 무뚝뚝하다. 묻는 질문에 곧잘 대답은 하지만 그의 자세는 영 대답하기 싫은 모양새다.
마음 같아선 아데볼라를 앉혀 놓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의자에 앉을 때는 말이지 엉덩이를 의자 안쪽으로 바짝 밀어 넣고, 허리를 꼳꼳이 펴고 말이지, 주머니에서 손 빼고, 째려보지 말고, 고운 시선으로, 말은 공손하게, 바지 치켜올려 입고 말이지 말이지...
아마도 어디 동양에서 온 꼰대가 이래라 저래라야 하냐며 주먹으로 한 대 맞지 않을까 싶어 차마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다.
주변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지식이 많고 똑똑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고, 좋은 기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지금까지는 많았다. 이제는 모든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를 AI와 Chatgpt에게 물어볼 수 있는 세상. 앞으로의 세계는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태도가 좋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써 놓은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나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