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배에는 총 42명이 타고 있다.
캡틴(선장)과 대장오피서 2명, 대장기관장은 노르웨이사람이다. 실제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오퍼레이터들은 영국과 네덜란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관리하는 PC라고 불리는 파티쉽은 독일 사람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일들을 도와주는 스튜어드들은 당연 필리핀 사람들이 많다. 크레인 오퍼레이터들과 마린그류들도 모두 필리핀사람들이다. 지오텍 엔지니어는 영국, 네덜란드, 레바논에서 온 친구들이다. 측량을 담당하는 써베이어는 루마니아사람. 의사 메딕은 폴란드 사람.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클라이언트는 네덜란드 사람 예룬과 나 대한민국사람이다.
나는 현장에서 모든 결정의 최종승인을 한다. 날씨 상태에 따라 작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고, 프로젝트의 고 또는 스탑을 결정할 수 있다.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모여있게 때문에 알아서들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잘하고 있다.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책임은 이 배에 타고 있는 42명 모두가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새마을 운동 세대에 태어나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아침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음향과 함께 그려지는 북적대는 출근길이다. 거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안전제일, 오늘도 무사히´라는 표지판은 그만큼 역동적인 사회상을 보여주는 일면이었으리라. 어린 나에게도 느껴진 가장 큰 역동적 일상의 변화는 우리 집 거실에 등장한 컬러티브이었다. 본 방송이 시작하기 전 화면조정시간에 무지개 빛 천연색의 감동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만큼 대한민국은 역동적이었고, 그래서 찬란했다.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를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 중반 이야기이다. 격동적인 당시 사회 속에 작가가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밝고 어두운 면을 다채롭게 소개해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시대 고민하던 문제와 이슈들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유행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의 머리가 짧아졌다 길어졌다. 넥타이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여자 치마가 짧아졌다 길어졌다. 바티통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유행이란 어차피 길이가 있는 건 기어졌다 짧아졌다, 폭이 있는 건 넓어졌다 좁아졌다, 그 테두리 안에서 변하고 반복되는 게 아닌가. 우린 수없이 그런 반복을 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명동에 나가 제아무리 기이한 의상을 봐도 별로 놀라지지 않는다. / 박완서
유행이 다시 반복되듯,
역동적인 대한민국이 다시 반복되리라 믿는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다시 찬란하게 빛나리라 믿는다. /2024.10 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