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바다에 11미터 이상의 파도(Hmax)가 예보되었다. 베슬미팅을 소집했다. 미국 플로리다 허리케인의 영향이란다. 7천 킬로이상 떨어져 있는 플로리다 태풍의 영향이라니. 허참,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다시금 겸손해지는 마음과 함께 플로리다 지역이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회의가 끝나고 오전 10시를 기해 피항을 결정했다.
12시간 만에 후소이라는 노르웨이 서쪽에 있는 작은 항구에 도착했다. 학회 차 몇 번 방문한 적 있는 하우게순드 다리가 저 멀리 보인다. 앞으로 며칠간 태풍의 영향권이라니, 급한 대로 이곳이 닻을 내렸다.
아침이 되자 젊은 오퍼레이터들이 술렁인다. 2주 만에 땅을 밟으니 신들이 났나 보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평소 기름 떼 뭍은 작업복에서 때깔 좋은 기성복으로 다들 갈아입었다. 주변 갈 곳을 금세 찾아낸 듯 시내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한다.
아니, 이제껏 바닷바람을 실컷 쑀으면서, 또 무슨 바람이냐 싶었지만, 그들을 배에 묶어 놓을 수는 없었다.
그래, 나갔다가 밤 12시 전에는 들어와라? 술 먹지 말고!! 날씨 좋아지면 바로 출발한다!! 의미 없는 엄포를 허공에 날려본다.
종종 피항을 해서 항구에 정박할 때가 있어도 나는 배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 끝까지 남아서 이 배를 지키겠노라는 거창한 책임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배 안에 있으면 때 되면 밥 주겠다, 커피머신 있겠다, 간식 챙겨주겠다, 짐Gym도 있겠다, 어딜 가야 하나? 심지어 이 배에는 노래방까지 있다. 근데, 노래방 가는 것은 밖에 나가는 것 보다 더 싫다.
저녁이 되니, 집 나간 아이들이 아니라, 배 나간 아이들이 걱정된다. 이것들이 들어는 왔는지? 어서 술 먹고 퍼진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인 줄 알면서도..
배 안에 있는 동안은
마치 41명의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되는 것 같다. / 2024.10 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