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파다의 생일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필리핀 중년 여성이다. 바다에 오래 나와 있다 보니 배 위에서 생일을 맞는 사람들이 꽤 많을까 싶었는데, 주방장은 익숙한 듯 생일자를 위한 특별한 생일케이크를 만들어 식사시간에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부엌에서는 별도의 파티가 있는지 요란하다.
나도 작은 선물을 건네며, 매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 파파다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특별히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최고 인기 있는 아이템 K-마스크팩. 집에 있는 아내 것을 좀 슬쩍해 왔다. 한국 마스크팩인걸 알아보고는 너무 고맙다고 기뻐한다.
노르웨이에 살고 있다 보니, 내 지위에 맞지 않게 높으신 분들을 공항에서 의전할 기회가 종종 생긴다. 노르웨이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공항에서의 픽업을 대부분 무척 고마워들 하신다. 게이트를 나오시며 가방을 휙 굴리며 멋지게 패스하시는 분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예전에 평화통일자문 위원으로 일할 때 일이다. 자문단 행사 일정으로 유럽 한인분들 중 가장 크게 성공하신 분으로 알려진 분이 노르웨이로 오신 적이 있었다. 그날도 내가 의전을 맡게 되어, 같이 활동하는 위원님과 함께, 세차를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내 차를 끌고 공항으로 나갔다. 그날따라 뒷자리 시트가 더 누추해 보였지만, 저녁이라 잘 보이진 않았다. 반갑게 공항에서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에 가려는데, 가방에서 작은 선물을 꺼내시며 공항까지 나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한 사람, 한 사람 선물 챙겨 주셨다. 내 선물은 명품 브랜드 향수였다.
그분의 그런 여유와 마음이 감사하고 멋있었다. 그 이후로 나도 출장을 갈 때면 명품 브랜드는 엄두를 못 내지만, 작은 선물을 두 세 게 준비해 간다. 선물을 줄 대상은 모르지만, 현지에서 결정한다.
감사의 표시로 준비한 선물이 감사한 일을 불러오듯,
작은 고마움을 표시할 일이 생길 때, 준비해 간 선물은 출장길을 여유롭고 흐뭇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2024.10 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