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은 특식이다.
주방장이 필리핀 사람이면 스시(초밥) 가 특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사람이 주방장인 이탈리아 설치선의 경우 평소 주식이 파스타, 스파게티에 주말에는 피자가 특식으로 나왔다. 노르웨이 배는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이 되면 타코가 나오고, 주말에는 스테이크가 나왔다. 한국 배를 탔을 때 주말에는 주방장님이 식당에 아예 불판을 올려놓고 삼겹살을 구워주셨다. 브라질 동료 얘기를 들어보니, 브라질 해상 현장에서는 금요일이 되면, 선상에 모여서 통돼지를 굽는다고 한다. 아직 브라질은 가보지 못했다.
필리핀 주방장은 나를 형이라 부른다. 내가 식당에 들어가면,
안녕 형! 이라고 크고 반갑게 소리친다.
여기저기서 듣고 안녕이라고들 하다 보니, 식당에서 공통 인사말이 안녕이 되어 버릴 정도가 되었다. 주방장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 각종 한국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많이 하며, 한국에 대해 물어본다. 4주 뒤면 배에서 내려 와이프랑 같이 볼 한국드라마 목록을 보여준다. 보통 남편이 배에서 내릴 때까지 와이프가 기다렸다가 함께 드라마를 보는데, 최근에는 눈물의 여왕은 먼저 봤다고 단단히 삐져있다. 필리핀 주방장의 버켓리스트 중 당연 첫째는 한국 여행을 하는 거라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한국 여행 비자를 받기가 아주 까다롭다고 한다. 여행비자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가고 싶다는 한국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면 귀가 쫑긋 해 듣고만 있는다.
우리에게 일반적인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별로 특별한 것도 없는데 특별한 걸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던 하루일 수 있다는...
오늘 특식으로 나온 스시가 더 특별해 보이는 일요일 저녁이다.
/2024.10 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