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마지막 날.
격한 파도를 뚫고 도착한 현장은 생각보다 평온했다. 물결치는 잔 파도 대신, 매끈하고 큰 너울이 꿈틀대며 넘실거리게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춤을 추는 듯 보였다.
작업하기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다음 위치로 다음 위치로 순항하며 나갔다. 내일 대규모 크류채인지 (인원교체)가 있다. 전체 42명 중 26명이 내리고, 26명이 새로 들어오는 날이이다. 새벽에 시간 맞춰 항구에 도착하려면 늦어도 저녁7시에는 현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재 시간 오후 4시.
3시간이면 빠듯하게 한 위치에서 조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음 작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을 기다리는 작업자들의 눈과 마음은 이미 배를 떠나 집에 가 있는 듯했다.
작업을 중지시고, 포트콜 오더를 내렸다.
이것으로 아무 사건 사고 없이 가을 해상작업은 안전하게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해상에서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날이 마지막 날 집에 가는 날이다. 교통사고도 집 근처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 듯 마지막 순간에 긴장이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순간이 가장 긴장해야 할 순간이다.
과유불급.
이때다 싶을 때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도 미덕이지 싶다
/2024.10. 북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