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무임승차

바다 가운데 머물러 있으면 사방을 둘러봐도 같은 모양이다. 수평선 모양이 달리 보일리 없다. 다만 해가 뜨고 지는 방향, 멀리 떠 다니는 상선들, 인근 조업중인 고깃배들로 내가 있는 방향을 가름해 볼 뿐이다. 나같이 길눈이 어둔운 길치에겐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나침판에 의지해 광활한 바다 속에서 길을 찾아 나선다.   

오늘 아침엔 뱃머리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갈매기 가족이다. 지켜보고 있는데 꽤 오랫동안 앉아 있는다. 강한 바람을 거슬러 온 날개짓에 지쳤는지 쉬고 있는듯 했다. 가는 방향이 같다면 이건 무임승차다. 이 배가 하루에 얼마짜리 배인데!

생각해보니 내 인생도 무임승차다. 뱃값을 지불하지 않고 타왔던 배들이 너무 많았다.

험한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좋은 부모님이라는 배를 만나 무임승차를 시작했다.

치열한 입시 경쟁속에서도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별로 힘들지 않게 공부했으니 이도 무임승차다.

직장에서는 좋은 팀장이라는 선장을 만나 직장생활을 항해했으니 무임승차.

지금은 좋은 팀원이라는 선원들을 만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 또한 무임승차다.

무임승차하는 사람에게는 불평할게 없다.

아니 불평하면 안 되지. 그저 걸리지 않는게 다행이고, 쫓아내지 않는게 감사할뿐이다.

인생이 무임승차라고 생각하니 감사할게 참 많아진다. (우린 이걸 값없이 받은 은혜라고도 얘기한다.)

지금 배 승선인원 31명 중 밥값, 방값을 안 내는 유일한 사람은 클라이언트라는 얘기를 엇그제 들었다.

나는 지금 진정한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

오늘 찾아온 갈매기 손님이랑 같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