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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웨이신박 Oct 18. 2024

동해바다/바람


인근 연해에서 강한 바람에 항해 중인 배가 전복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피항의 아쉬움이 미련없이 사라진다. 피항 중에 항구에서도 바람이 세다.


현장에서의 바람은 강하고 거칠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왔냐며 밀어내는 바람이다.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는 듯한 심술궂은 바람이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제는 그 바람이 단단히 뿔이 난 듯하다. 이럴 땐 피하는 게 상책이다. 겨뤄본들 광활한 바다에 한낯 작은 종이배일 뿐이다. 전복이다.


오늘 하루 항구에서 피항하고, 내일 다시 현장으로 항해를 나가려고 한다. 성이난 바람이 좀 누그러졌는지 배머리를 찔러보려 한다.


뱃사람 (씨맨) 들은 바람을 읽는다고 한다. 바람을 잘 읽으면 바람 길이 보인다고 한다.


바람이 몰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파도와 너울과 해류.


이 패거리들과 친해져야 한다. 이들과 싸워 이길 생각은 없다. 승산이 제로다. 다만, 그들과 잘 어울리고 싶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그들이 자기들만의 구역을 내어 주기도 한다. 그러면 된다. 그렇게 친해지고 싶다


그러다 어느 날, 그들에게 멋찐 바람개비를 선물로 주고 싶다. 낯선 사람이 준 바람개비는 꺾여버릴 수 도 있지만, 친한 친구로 받은 바람개비는 그들에게 멋진 장난감이 될 수 있다.


어릴 쩍 색종이를 접어 수수깡에 엮어 만든 바람개비는 좋은 장남감이었다. 후후 불어 바람개비가 돌 때면 신이 났다. 신나서 들고뛰기도 했다.

 

그들에게도 멋찐 바람개비를 만들어 주고 싶다. 신나게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그러니 이제 쫌 성을 풀어다오..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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