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아침 미팅에서 메딕이 보고하기를, 지난주 크루체인지(인원교체) 이후 계절독감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배에는 49명이 타고 있고, 바로 전에는 65명이 타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넘이 달고 왔는지,
나간 넘이 두고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배 안에서 한번 퍼지는 독감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창을 열면 망망대해요, 창을 닫으면 한 배 안이다. 독감에 아주 취약한 곳이다.
코로나 당시 배에 탔던 기억이 난다.
배를 타기 전까지 수 차례 코를 후비는 코로나 검사는 몇 번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하루 전 모든 선원들은 호텔에서 격리시키고, 배에 올라서는 삼 일간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일단 코로나 잠복기가 조용히 지나고 나면 모두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육지에서 수백 킬로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해질 리가 없었다.
배처럼 더 안전한 곳은 없었다.
배는 가장 위험한 곳이자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가장 불안한 곳이 가장 안정된 곳이 될 수 있다.
하루속히 독감 바이러스가 사라지길 바라며….
/ 2024.12 겨울 북해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