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상일기 - 겨울 북해 바다 /3/

태풍

by 노르웨이신박

배에서 하루는 5시에 시작된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아침식사 시간이 5시 반이다.

이는 밤 근무자들에게는 저녁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 오피스 가는 층 중간에 식당이 있다. 오피스로 바로 가서 지난밤 동안 진행된 일을 점검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식당에 머물렀다. 방금 삶은 달걀이 나왔다. 달걀 3알을 챙겨 넣었다.

추운 겨울에 따끈한 달걀을 주머니에 넣어 놓으면 그 온기가 한참은 간다.

배에서 업무는 24-7으로 진행되며 낮 근무자와 밤 근무자가 12시간씩 맡아서 일하지만, 때로는 혼자 24시간을 커버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 나의 경우가 그렇다. 24시간 동안 깨어 있을 수는 없기에 긴급 전화를 늘 옆에 두고 잔다. 아직까지 전화가 온 적은 없었지만

늘 신경이 쓰인다.

식당에 식탁을 보니 지난밤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식탁에 고무판들이 깔려 있었다. 밤새 바람이 많이 불었다는 것이다.

고무판 없이는 접시들이 슝슝 밀려나간다. 사무실에 오니 역시나 작업은 웨더스탠바이에 걸려 있었다.


날씨 예보를 주시하며 오프쇼어 매니저와 상의해 보니, 날씨 상황이 좋지 않다.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다. 현장에서 대기할 것인가. 피항을 할 것인가.

피항할 곳은 여기서 12시간 거리.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바람과 파도가 남쪽에서 올라와 배의 옆구리를 친다. 피항길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미팅을 소집했다. 최종 결정은 마스터(선장)가 한다. 고민 끝에 현장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대기시간은 48시간.


지금 오슬로 시내에 바람이 많이 분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는 노르웨이 서쪽 북해바다에 태풍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태풍의 눈에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있다.

내일 밤은 파도가 최저 7미터, 최대 11미터가 예보되어 있다.

이틀을 잘 버텨야 한다.

단단히 묵고 버텨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상일기 - 겨울 북해 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