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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일기 - 북해 겨울 바다 /4/

파도

by 노르웨이신박

선상일기 /4/


현재 파고 5.2미터.

보통 3미터, 4미터 파도는 많이 경험해 봤다. 파도가 배에 쾅쾅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배를 좌우로 사정없이 흔든다.

책상 위에 물건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소리가 옆 사무실, 옆에 옆 사무실에서 들린다. 까르르 웃는 소리도 함께 들린다.

데크에 다니는 사람들은 술에 취한 양 갈지자를 그린다. 그러면서도 얼굴엔 웃음끼가 어려있다.

배 멀미를 하는 사람은 이미 배에서 보이지 않는다. 숙소 변기통을 끌어안고 있거나,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을 것이다.

내 첫 오프쇼어 출장이 그랬으니깐.


파도가 5미터가 넘어가니 좀 현상이 다르더라.

배가 순간 공중으로 부웅 떠 오르는 느낌이다. 그리고 순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가 배는 꼬꾸라쳐진다. 몸이 순간 깃털처럼

가벼워졌다가 훅 가라앉을 때는 무릎과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제 웃음소리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사라진 웃음끼 뒤로 두려움 마저 느껴진다.


오늘 밤 최대 11미터의 파도가 예보되어 있다.

이 정도 날씨에는 인근 쉘터 지역으로 피항하는 게 보통이나, 지금은 외해로 나와 있기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현장에서 성난 파도가 누그러지길 기도할 뿐이다,.


그 와중에 배에 재미있는 컴피티션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짐(헬스장) 컴피티션이다.

짐에 출석부가 있고, 가장 많이 간 사람 1등을 뽑는다. 물론 하루에 한 번만이다. 예전 배에서는 종종 했던 이벤트지만, 최근 배에서는 보기 드물었다. 얼씨구나 컴피티션에 참석했다. 엑스표를 그리며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현재 공동 1등이 나를 포함해 몇 명이 있다.


저녁식사 시간에 둘러앉아 서로들 이야기를 나눈다.


너, 오늘 짐 갈 거야? 오늘 어떻게 가? 이렇게 파도가 심한데, 오늘은 못 가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때다! 단독 선두로 나설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나는 고개만 끄덕끄덕이고, 숙소로 갔다. 옷을 갈아입고 짐에 갔다.


이게 웬걸.

이 넘들이 다 왔있었다.


너로 마주친 눈빛이 민망한지 각자 열심이다.

현재까지 공동 선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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