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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일기 - 겨울 북해 바다 /1/

겨울바다

by 노르웨이신박



12월 겨울바다는 아리게 춥다. 바람도 거세고 파도도 높다.

숙소 안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는 마치 누군가 귀 구멍에 훅 하고 바람을 욱여넣는 소리처럼 놀랍다.

힘센 바람이 파도와 함께 배를 밀어치려 하면, 배는 더 큰 소리로 굉음을 내치며 자리를 지키기 위한 안간힘을 쓴다.

전문용어로 Dynamic Positioning 시스템이 작동을 한다. DP 시스템이 멈춰버리면 오늘 같은 겨울 날씨에 배는

순간 수 백 미터 쓸려 내려가버린다.


내일은 기존 오일&가스 플랫폼 근처로 접근해 작업을 한다. 기존 플랫폼에 접근하는 일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인허가는 물론이요, 만약에 대비한 점검과 테스트를 하는데 이중 가장 중요한 테스트가 DP 테스트이다.


플랫폼 근처에서 DP 시스템이 고장이 나 배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드리프팅되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유 DP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지금 타고 있는 배가 8천 톤이니, 약 5미터 파도에 까지 밀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거센 바람과 파도에 맞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물속 깊이 큰 프로펠러를 파도의 방향에 맞춰 수시로 돌려대며 큰 힘을 써야 하는 일이다.


오늘부터 북해 겨울바다 선중에서 일과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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