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반공학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유신코퍼레이션에 근무할 당시 단일 공사로는 최대 규모. 지금까지도 지반 설계 용역으로는 최대 프로젝 중 하나인 인천국제공항 부지조성 공사(2단계)가 발주되었다. 지반조사비만 100억이 넘었고, 본사에서 영종도로 파견한 합사 인원만도 70여 명.
내가 일하던 지반팀도 현장 파견팀을 꾸린다. 당시 신촌 생활을 접고, 새로이 강남 시대를 화알~짝 열며 힘차게 나래를 펴보려던 찰나. 나는 영종도라는 황량한 곳으로 최소 3 년간 현장 파견을 발령받는다.
당시 영종도국제공항 (현.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를 제방으로 연결하고, 바닷모래를 채워 만든 인공섬으로 지반이 연약하여 단기, 장기 지반 침하가 예상되는 지역.
우리 현장팀의 미션은 4000미터에 달하는 제3활주로와 제4활주로, 유도로와 계류장 지반의 연약지반을 개량하여, 활주로 공사 시 지반에 문제가 없도록 지반을 설계하고, 각종 계측기를 매설하여 지반의 장기거동을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달려도 달려도 끝없이 황량한 모래바람이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컨테이너 사무실과 숙소. 컨테이너 한켠에 배정받은 우리들 숙소는 5인 1실이었다. 이렇게 나의 현장 생활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은 지반공학자로서 길을 걷는 나의 인생의 황금기였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의 현장이었다. 약 3년 이 지나 시설공사팀과 현장 바통을 터치하기까지, 제3활주로 포장 건설을 위한 연약지반 설계 미션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지금도 인천공항에 착륙이 가까워 오면, 나는 창문 너머로 구석구석을 살핀다. 행여나 멈추지 않는 장기 침하로 활주로에 문제는 없는지...계류장 포장은 문제없이 유지관리가 되고 있는지...
이것은 내가 거창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진 지반 공학자라서가 아니다.
단만 영종도 현장은 꿈과 열정이 있었던, 생각만 해도 아련한 나의 젊은 날의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