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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일기 /7/ - 겨울 북해 바다

알렉스

by 노르웨이신박

선상일기 - 알렉스


아침에 일어나니 하우게순드 항구에 도착해 있었다. 밤새 진동과 노이즈 없이 모처럼 편안한 잠을 자고 나니 개운했다.

항구에서는 장비를 교체하고, 기름을 채우고, 식량을 보충하고, 일부 선원들이 교체된다.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다.


아침 식당에서 알렉스를 만났다. 알렉스는 미국에서 온 친구로 30년 경력의 Surveyor (해양 탐사 전문가)이다.

아침으로 팬케이크에 시럽을 듬뿍 적셔, 오렌지주스와 함께 먹는다. 보기만 해도 내 혈당이 뒷목을 잡고 쏴 오르는 것 같지만,

거기서 잔소리는 선을 넘는 행위다. 이내 밝은 표정으로 굿 슬립 잘 잤냐고 물으니, 밤새 잠을 설쳤단다. 아니 왜?


알렉스는 30년간 배를 타왔다.

뱃 생활에 익숙해져, 밤에 진동과 노이즈 없이는 오히려 잠을 잘 못 잔다는 것이다.

배에서 내려 집에서도 기계 노이즈를 켜 놓고 잠을 잔다고 한다. 여름에는 선풍기를 켜고, 겨울에는 라디오 켜놓고.

아…

나도 앞으로 18년만 더 일하면, 해양 토목 30년 쟁이가 된다.

그때 나도 밤에 뱃 노이즈 없으면 잠을 못 잘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니다.

난 걱정 없다.

가까이에 코골이 노이즈가 있으니깐. 그 정도 진동과 소음이면 충분하다.


우리 집 강아지 모짜르트는 자면서 코를 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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