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섬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북해를 벗어나니 파도가 한층 누그러드렀다. 그래도 여전히 바람은 차다.
노르웨이 남쪽 해안을 지나 덴마크와 스웨덴 영해로 접어들었다. 다른 크루즈 같으면 여기서부터 술 값이 싸진다.
노르웨이 술 값이 워낙 비싸, 크루즈를 타고 덴마크, 스웨덴 영해로 넘어가길 기다렸다가, 술 패닉 쇼핑을 하는
스칸디나비아 인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제 저 멀리 다리가 보인다.
그 유명한 외레순드 다리다. (일명 말뫼다리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과 남유럽을 도로와 철도로 이어주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현수교이다. 건설 당시 스웨덴은 다리를 선호하고, 덴마크는 코펜하겐 인근 공항 사야를 확보하기 위해 해저터널을 선호했다.
이 두 나라는 중간에 인공섬을 만들어 반은 다리로 만들고 (스웨덴 쪽), 나머지 반은 해저터널 (덴마크 쪽)을 만들기로 합의하여 건설을 시작하였다
지금은 하루 2만 명이 넘는 차량과 철도를 운행하여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가 되고 있다.
통행료가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61유로), 우리는 지금 다리 아래로 지나고 있으니 통행료 걱정은 없다.
타협을 하다라는 영어표현에 meet halfway라는 말이 있다. 비유적으로 절충점을 찾아 중간지점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스웨덴이 다리만 고집하고, 덴마크는 터널만 고집했다면, 오늘날 이 북유럽과 남유럽을 잊는 아름다운 다리는 없었을 것이다.
바다 가운데 인공섬이라는 절충점을 만들어 놓고, 다리와 터널은 함께 건설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인공섬이라는 절충점이 있는가?
Meet halfway를 통해 후손들에게 서로가 오가며 대륙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다리와 터널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배는 다리를 지나 다시 속력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