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르웨이 생활

안경

by 노르웨이신박

2025.2

안경


어릴 적 축구를 좋아하는 나에게 안경은 치명적이었다. 달음질하는 걸음에 맞춰 요동치는 안경은

시야를 어지럽혔고, 쏘아 올린 공을 따라 헤딩이라도 해보려 따라가다 이내 움츠려졌다.

어쩌다 온 찬스에 이마에 공을 맞췄다 싶으면 안경은 공중으로 떠올라 운동장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안경테가 부러지기 일쑤였다.


딸아이 안경테 다리가 다시 부러졌다.


순간접착제로 붙여놓은 안경테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경테 힌지 부분에 보강이 필요했다.

안경테 다리가 바깥으로 벌어질 때 발생하는 모멘트에 저항하기 위해 안쪽 위 아래쪽에 직각 모양 보강재를 덧붙였고,

상하 움직임과 회전 시 발생할 수 있는 토크에 저항할 수 있도록 힌지 위쪽을 보강했다.

보강재로는 스템플러 심을 이용했고, 순간접착제로 안경과 보강제를 고정시켰다.


아침에 보강된 안경테를 딸에게 건넸다. 멋도 부리고 싶고, 모양도 내고 싶은 여고생. 두 번이나 부러진 안경테를

좋아할 리 없었다. 그러나,


와… 고쳤네. 아빠가 엔지니어라서 좋네^^


하며 환하게 웃으며 안경을 받아 쓴다. 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내가 엔지니어인 게 자랑스러웠다.^^ 하하.


엔지니어가 참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노르웨이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