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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생활

뒷산 스키

by 노르웨이신박

2025.2.15

Ski (Frognersetter - Ullevålsetter)


한동안 눈이 오지 않는 2월이 계속되면서 거리에 하얀 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곳곳에 검게 그을은 얼음 빙판은

노르웨이 겨울 거리를 더 춥고 더 어둡고 으산하게 만들었다.

모처럼 해가 난다는 소식에 몇 년간 창고에 묵혀 두었던 스키를 꺼내 아침 일찍 산으로 갔다.

산이라 봐야 동네 인척 뒷동산이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오른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몸에 균형조차 잡기가 어려웠다. 자칭 타고난 운동신경에 금세 균형을 잡아갔고,

몸으로 익힌 자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차게 더블 폴을 찍어가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꽁꽁 얼었던 손가락이 녹기 시작했고,

눌러쓴 모자 사이로 땀이 흘르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내쉬면서 오른 오르막은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었고,

기다리던 내리막은 온몸을 적신 땀을 말끔하고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이러다가 날아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가 되면

한바탕 꽈당 넘어지기도 했다.


달리다 보니 작은 산장에 도착했다. 오픈시간 전이였다.

떠오르는 태양에 세상이 온통 눈 부시게 반짝였다. 코 끝을 아린 영하의 바람은 봄바람처럼 시원하고 달콤했다.

오픈 준비를 하는 산장 안 금발의 미녀는 무척 분주해 보였고,

모랑모랑 피어나는 굴뚝 연기 속에 달디 달콤한 시네몬 향기는 깊은숨을 머금으며 그 맛을 느끼게끔 해 주었다.


춥고 어둡고 으산할 것 같은 노르웨이 겨울은 다시 보니 아름답고 찬란하고 눈부시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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